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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류호정 의원 옷차림 ‘조롱’, 명백한 여성혐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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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류호정 정의당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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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출석 옷차림에 대해 일부 친여 커뮤니티와 극우 성향 누리꾼들이 성희롱적 발언을 퍼부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100만당원 모임’ 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튀고 싶은 걸(girl), 예의없는 걸(girl)”이라는 조롱성 글이 오르자 ”국회는 성매매 영업중” “티켓다방 생각난다” 등 입에 올리기 힘든 악성 댓글이 달렸다. 일베 같은 극우 커뮤니티엔 노골적으로 성희롱을 하는 글이 올랐다. 일부 언론은 류 의원이 그동안 국회에서 입은 옷을 ‘화보’로 만들어 게재했다. 지금이 남녀가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2020년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행태다.

국회 본회의장에 류호정 의원이 입고 나온 옷은 여성 직장인이 출근 복장으로 흔히 선택할 수 있는 원피스였다. 오십대 남성이 주류를 차지하는 국회에서는 이질적일 수 있을런지 모르나, 이십대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무리없이 드러낸 옷차림이라고 본다. 이전에도 청바지 등 캐주얼한 복장으로 등원을 하곤 했던 류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두운 색 정장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관행을 깨보고 싶었다”면서 “국회 권위라는 것이 양복으로 세워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각 당이 청년인재 영입을 위해 공을 들였으니, 젊은 의원들이 입성한 국회의 풍경은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류 의원의 옷차림이 비난을 받는 건 여전히 젊은 여성 정치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일부의 후진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젊은 여성 정치인이 의정 활동이 아닌 옷차림으로만 소비되어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2년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19대 등원 첫날 입고 온 보라색 치마의 길이가 논란에 휩싸였다. 김재연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언론이 가방이나 구두 브랜드 따위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8년이 지났지만 여성 의원을 외모와 옷차림으로만 바라보고 평가하는 행태는 한치도 바뀌지 않은 듯 싶다. 더구나 이번에 류호정 의원에게 쏟아진 과도한 공격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에 가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진영 논리에 여성 혐오를 덧씌운 셈이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일부 커뮤니티의 여성 혐오적 행태가 지속되는 건, 남성 중심적인 우리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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