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57명으로 늘어…터키·유엔 등 국제사회 지원 이어져
레바논 대폭발이 인재로 알려지면서 정부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6일 국회 근처에서 불을 지르며 정권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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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 참사에 성난 시민들이 6일(현지시각) 거리 시위에 나섰다.
레바논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날 베이루트 도심 지역을 방문했을 때 레바논인 수백명이 모여 정부를 비판했고, 일부는 상점 등을 약탈했다고 레바논 국영통신사(NNA)가 전했다.
시위대는 ‘혁명'이라는 구호를 합창하며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레바논 정부가 테러리스트들이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었다. 일부 시위대는 국회 근처에서 불을 지르며 밤늦게까지 정권퇴진 시위를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대를 향해 “(레바논에 대한 국제) 지원이 부패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개혁이 이행되지 않으면 레바논은 계속 침몰할 것”이라며 프랑스가 레바논 지원을 위한 국제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원 기구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보해 지원금이 지배계층이 아니라 국민들과 비정부 기구, 지원단체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폭발 현장인 베이루트 항구를 방문했고 미셸 아운 대통령, 하산 디아브 총리, 나비 베리 의회 의장 등 레바논 지도자들을 만났다.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대폭발 이후 레바논을 방문한 마크롱의 이런 행보는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로 주목된다.
레바논이 대형 폭발 참사 복구를 서두르는 가운데 6일(현지시각) 베이루트에서 자원 봉사자들이 거리를 정리하고 있다. 베이루트/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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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시민들의 시위는, 이번 대폭발 참사가 대규모 질산암모늄을 방치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표출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를 보여준다. 경제적 어려움도 국민들의 분노를 가중시키고 있다. 장기간 정국 혼란을 겪은 레바논에서는 올해 1월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출범했지만, 경제 회복과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마크롱 대통령이 현지 정치인들보다 먼저 대폭발로 파괴된 지역을 방문했고 주민들도 그에게 적극 호응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당신은 군벌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은 여러해 동안 우리를 조종해왔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마크롱은 “그들이 아니라 당신들을 돕기 위해 여기 왔다”고 답했다.
마크롱에 이어 마리클로드 나젬 레바논 법무장관이 현장을 방문했지만 주민들은 물을 뿌리며 사퇴하라고 소리쳤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무기력한 정치에 실망한 레바논 주민들이 마크롱에 대해서는 자신들 편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1923년부터 20년동안 레바논을 식민 지배한 프랑스는 최근 20년동안 4번의 레바논 지원 회의를 주관해 200억달러를 마련하는 등 레바논 지원에 적극 나섰다. 프랑스는 레바논 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등 발언권도 강화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분쟁으로 얼룩진 레바논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레바논 보건부는 베이루트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157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5천명 가량이라고 밝혔다.
레바논을 돕기 위한 국제 사회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터키는 이날 베이루트에 의료·구조팀을 파견했다. 베이루트에 도착한 군용기에는 의료·구조요원 21명을 비롯해 터키 재난위기관리청 요원 10명 등이 탑승했으며, 응급 구조장비와 텐트, 의약품, 수색구조 차량 등이 실렸다. 유엔이 지원하는 의료물자 20t을 실은 비행기도 전날 베이루트에 착륙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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