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레바논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레바논의 여성 법무장관인 마리 클로드 나젬 장관이 이날 오후 참사 피해가 극심한 제마이제 지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성난 시민들에게 포위돼 물세례를 받고 도망치듯 현장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시민들이 나젬 장관에게 엄정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지근거리에 있던 한 시민이 생수병을 휘둘러 그 안에 있던 물이 나젬 장관을 향해 쏟아졌다.
비슷한 시각 시민들은 레바논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열광하며 환호와 감사의 뜻을 보내 자국 법무장관을 향한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시민들은 위험 물질을 장기간 베이루트항에 방치한 정부야말로 국민들의 생명을 앗아간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며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고 잇다.
이날 밤 베이루트 도심에서는 가족과 친지, 지인을 잃고 분노한 시민들이 늦은 시간까지 도심 설치물들을 발로 걷어차며 정부를 맹비난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다량의 최루탄을 발사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폭발 참사로 베이루트 내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시민 봉기에 따른 혁명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장기간 정국 혼란을 겪은 레바논에서는 올해 1월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출범했지만, 경제 회복과 개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국가부채가 연간 국내총생산의 170%나 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열악해 막대한 재정 투입과 조속한 피해 복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구나 재건을 위한 해외 원조 물품과 중장비 등이 레바논에 투입되려면 거대 항구가 필수인데 그 역할을 해온 베이루트항이 완파하면서 장기간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레바논이 주식인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밀 소비량의 8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물동량의 60%를 받아내는 베이루트항의 기능 상실로 곧 대규모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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