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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버크셔, 31조원 순이익에도 시장은 버핏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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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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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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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회장의 버크셔해서웨이이의 2분기 순이익이 급증했다. 하지만 버핏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만 사상 최대의 금액을 쏟아붓고 투자에는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시장에선 실망감을 보인다. 평소 위기속 가치 투자를 강조했던 버핏 회장이었던 만큼 그의 행보가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버크셔는 올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급증한 263억달러(약 31조원)라고 발표했다.

이같은 순익 증가에는 애플의 활약이 있었다. 버크셔 주식투자 포트폴리오(2070억달러·약 246조원)의 44%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 주가가 지난 2분기 51.4%나 뛰면서 가치가 920억달러(약 109조3400억원)로 늘어난 덕이었다.

하지만 올 2분기 영업이익은 55억2000만달러(약 6조5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했다. 매출도 11% 감소한 568억달러(약 67조5000억원)에 그쳤다.

버크셔의 부진은 항공부품 제조사인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를 비롯해 제조업, 유통, 소매업종 등이 코로나19 타격을 받으면서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버크셔가 예상보다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

버크셔가 지난달 초 도미니언에너지의 천연가스 인프라를 4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부채까지 합치면 97억달러(약 11조53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달말에는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을 20억달러어치 이상 매입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2분기에 팔아치운 주식 규모가 128억달러(약 15조21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순투자액은 크지 않다는 실망감이 나온다.

특히 시장에선 기대하던 '메가딜(mega deal)'은 없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버크셔의 마지막 메가딜은 2016년 프리시전 캐스트파츠 인수에 370억달러(약 44조원)를 썼을 당시가 마지막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도미니언에너지 인수는 여전히 버크셔의 기준에서 보면 작은 규모이자 위험도가 낮은 거래"라면서 "시장은 버핏이 큰 베팅을 하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폭죽을 쏘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큰 베팅을 할 욕구가 거의 없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대신 버크셔는 올 2분기 자사주 매입에만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51억달러(약 6조원)를 썼다. 이는 지난해 4분기 22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결정의 두배가 넘는 규모이자, 지난해 연간 자사주 매입 규모를 뛰어넘는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버핏 회장이 지난 5월만해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보다 투자가 좋다고 말했지만, 결국 자사주 매입을 택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같은 소극적인 투자에 버크셔의 현금 보유량은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말 기준 버크셔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466억달러(약 174조2300억원)로 전분기대비 9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것과 애플과 아마존 등 IT(정보기술)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증시 버블 우려가 커지는 등 현실과 시장의 괴리감이 커지는 것에 버핏 회장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버크셔측은 "비즈니스 활동이 언제 정상화될지 예측할 수 없으면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영향, 제한조치 등이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비자와 기업의 미래 소비 패턴을 어떻게 바꿀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켓워치는 "현재 시장은 '나쁜 뉴스'도 '좋은 뉴스'로 해석하는 상황"이라면서 "평상시라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이 퇴출시키겠다고 하면 증시엔 악재겠지만, 경쟁사 주식이 크게 오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2018년부터 버핏 회장이 막대한 현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지켜보던 투자자들은 이제 버핏 회장의 투자 자세가 바뀐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는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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