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물의 양이 불어나도 위험"
2015년 3월 19일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신상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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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또 다시 밝혀진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드디어 올 게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물을 댐으로 막으면 오히려 홍수 피해 발생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큰 비가 내릴 때 평소 강물이 자유롭게 흐르던 상황이라면 물의 양이 어느 정도 불어나도 양쪽의 제방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반면 댐으로 강물을 막아 수위를 높여 놓고 있으면 조금만 물의 양이 불어나도 바로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오늘 경남 합천 창녕보 상류 260m 지점에서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며 "보 때문에 강물이 하류로 빨리 빠져 나가지 못해 강물의 수압이 올라가 둑이 붕괴되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부근 마을과 들판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요즈음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홍수 피해가 산간지역이나 지천 부근에서 발생했다"며 "과거 발생했던 홍수 피해의 96%가 이런 지역에서 발생했고, 오직 4%만이 4대강 본류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니까 홍수 피해를 막는다는 4대강사업의 명분은 애당초 허구였다"며 비판했다. 이어 "4대강 본류는 지난 세월에 이미 홍수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채비를 갖춰 놓고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만히 놓아두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던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댐을 개방해 물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만들었더니 강이 되살아 났다는 보도를 봤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댐을 해체하든가 개방할 생각을 않고 뭉그적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4대강 사업인지를 또 한 번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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