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중국 장시성 상라오시 포양현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근 지역이 침수된 모습./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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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형 반등'에 성공하는가 싶던 중국 경제가 최악의 홍수를 만나면서 주춤하고 있다.

중국 장시성 포양호 인근에 사는 바오 원타오씨 가족은 지난 6월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로 약 20만위안(3000만원) 상당의 농작물을 손해봤다.

바오씨는 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쌀이 거의 다 익어서 수확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홍수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며 "내 땅이 아직 물 속에 잠겨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폭우로 지난달 포양호의 둑이 붕괴됐고 '어류와 쌀의 땅'으로 불렸던 일대 수천㎡의 농지가 파괴됐다. 중국 비상 관리부는 파괴된 농지와 도로, 기타 재산에 대한 피해 금액이 210억달러(24조9585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로 인해 농민 등 5500만여명도 피해를 입었다.

중국 선완훙위안 증권은 지난달까지 중국 농경지 피해를 고려할 때 중국이 작년보다 1120만톤의 식량을 잃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중국이 생산하는 쌀의 5%에 해당한다.

CNN은 "이번 재앙은 코로나19(COVID) 대유행으로 취약한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평했다.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막대한 양의 농산물을 방출해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앞으로의 위기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과 서방 국가들의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고, 코로나19로 식량을 수입하는 것이 더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홍수 피해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현재 중국의 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양쯔강 일대에는 이달 중 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남쪽을 중심으로 내렸던 폭우가 밀과 옥수수 수확을 위협하면서 북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 노무라증권 분석가들은 지난달 말 "이번 홍수는 1998년 이후 최악의 홍수"라며 "앞으로 몇 주 내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달 말 홍수가 끝날 경우 3분기에는 농업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17억 달러(2조204억원) 이상의 손실에 해당한다.

이미 분석가들은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데이터 제공업체 SCI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옥수수 가격은 1년 전보다 20% 급등했는데 이는 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막기 위해 옥수수를 돼지 사료로 사용하면서 옥수수 부족 사태가 더 심화되고 있다.

콩값도 급등했다. 중국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산 대두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약 30% 급등했다. 중국 선물 중개업체인 바오청선물 애널리스트들은 콩값 상승이 기상악화 우려와 미·중 무역관계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도 이 같은 분위기에 곤란을 겪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급히 지린성 북동부 농민들을 방문하고, 이를 TV로 중계한 것도 민심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도 늘리고 있다. 최근 중국 세관에 따르면 중국은 올 상반기 약 6100만 톤의 곡물을 미국에서 수입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21%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해외 수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 리서치업체 톈펑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중 관계 속에서 미국이 어느날 수입을 중단하거나 중과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식량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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