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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로터리] 전·월세전환율과 표준임대료에 대한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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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서울경제


정부가 ‘임대차 3법’을 제정한 후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금 상승, 보증부 월세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부작용을 방지한다며 전월세 전환율을 규제하고 표준임대료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미 임대차 3법을 도입할 때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예견했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속전속결로 도입하고도 나타난 부작용에 또 다른 땜질 처방을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처방도 정부가 임대료를 결정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또다시 시장을 부정하고 가격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낳고, 결국 규제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특히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식주 문제는 나라님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전월세전환율과 표준임대료를 직접 정하려 한다. 임대인은 정부에서 정한 임대료를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이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직접 임대주택을 건설해 본인(정부)이 임대료를 저렴하게 책정해 제공하면 된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규제를 통해 국민의 재화(주택), 즉 남의 물건으로 낮은 임대료의 주택을 제공하려 하는 것이다.

임대료를 정부가 결정한다. 이것이 합리적인가, 상식적이고 공평한가. ‘부동산 가격은 정가가 없다’는 말이 있다. 부동산 가격은 사용 목적에 따라 다르다. ‘실거래가=부동산 가격’이라는 등식도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정부가 산정할 임대차 시세가 적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대료는 똑같은 물건도 임차인 욕구나 경제적 사정 그리고 선호도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물건의 면적, 유형, 인테리어 상태, 조망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임대료는 시간에 따라 항상 변화하므로 임대 시점과 기준 시점의 임대료는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래당사자의 사정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임대차 계약의 내용이나 조건에 따라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준임대료 제도를 도입하면 임대인의 수익은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임대주택의 유지보수를 못 하게 되면 주택의 노후화는 가속화해 결국 지역의 슬럼화로 이어진다. 지난 1974년부터 임대료를 규제한 미국 뉴욕주의 도심(맨해튼 북부의 할렘 지역)의 슬럼화가 대표적 사례다.

또 다른 문제는 규제의 역설이다. 임대인을 규제하면 임대주택의 공급이 줄어든다. 벌써 공시지가 인상,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 강화,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 혜택 축소,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 등으로 임대차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규제하면 임차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부작용에 따른 피해는 영세 세입자에게 집중된다. 차라리 정부는 이제 영구임대와 민간임대로 나누어 장기적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임대차시장을 수요자 중심시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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