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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여야, 최악의 물난리 앞에서 ‘4대강 공방’ 할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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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이 소들은 주변 축사에서 사육하는 소들로 전날 폭우와 하천 범람에 물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 이후 물이 빠지면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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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곳곳을 할퀸 ‘최악의 물난리’ 한가운데서 여야가 4대강 사업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섬진강 홍수 피해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4대강 사업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자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이 오히려 수해 피해를 키웠다고 반박했다. 가족과 집을 잃고 절망에 빠진 이재민들을 앞에 두고 정치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지금 절실한 게 무엇인지 정치권만 우선순위를 모르는 것 같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9일 “4대강 사업 당시 현 여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반대로 섬진강 준설과 보 설치를 못 했는데, 그때 했다면 이렇게 범람하거나 둑이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10일 “섬진강이 사업에서 빠진 것에 대해 ‘굉장히 다행’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잘못된 판단 아니었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고 했다.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4대강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섬진강 둑이 붕괴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상 최악의 수해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는 무책임한 행태다. 오히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섬진강 둑은 상류에 있는 것이어서 본류를 파헤친 4대강 사업 대상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이미 박근혜 정부 때도 4대강 사업 목적이 홍수 예방이 아니라 대운하 연결을 위한 준설 등에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책임론’으로 통합당 주장에 맞불을 놓는 것 또한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노웅래 의원은 10일 “4대강이 홍수를 막았다니,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며 “재난을 핑계 삼아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려는 통합당의 치졸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해와 4대강 사업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추가 피해 예방과 이재민 지원, 피해 복구가 무엇보다 시급한 때다. 여야는 소모적 정치 공방을 그만두고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실질적 피해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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