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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일사일언] 멜로디는 잊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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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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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음악의 3요소를 리듬, 멜로디, 하모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것일까? 바꿔 말해 우리의 감정을 가장 빠르게 장악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답은 멜로디다. 어떤 곡을 떠올릴 때 우리는 대부분 멜로디를 먼저 떠올린다. 그만큼 멜로디는 곡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비교적 현대로 오면서 리듬이라는 요소가 부각되기도 했고, 곡이 가진 조성이 음악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멜로디만큼 오랜 시간 음악을 지탱해온 요소는 없었다. 그리고 멜로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은 하늘이 내리는 축복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더욱 각별하다.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고전시대 음악가 하이든은 멜로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음악의 매력은 멜로디이며, 좋은 멜로디는 천재들의 몫이다.'

조선일보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얼마 전 엔니오 모리코네가 세상을 떠났다. 20세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작곡가였다. 전 세계는 큰 슬픔에 빠졌다. 그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미션'에 나오는 가브리엘의 오보에, '시네마 천국'의 배경음악들은 우리 귀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이 이토록 잊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오는 멜로디 때문이다. 감미로운 멜로디를 끊임없이 생산해 바람결에 날려보내는 능력은 가히 천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멜로디는 우리의 추억과도 함께한다. 음악을 들으며 특별한 기억을 떠올려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멜로디라는 매개체로 음악은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추억을 끌어올린다. 학창 시절 집을 향해 걷던 길일 수도 있고, 함께했던 연인일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비 오는 거리의 아스팔트 냄새를 떠올릴 수도 있다. 우리는 잊었지만 멜로디는 잊지 않았다. 멜로디는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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