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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재난소득 동참 안한 죄? 이재명, 남양주에 보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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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남양주시 갈등 증폭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과정에서 불거진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갈등이 '보복 행정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4월 코로나 대응 차원에서 전체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또 도내 31개 시군에 자체 재원으로도 지급하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재정 여건을 들어 난색을 보여 마찰을 빚었다.

남양주시는 결국 경기도가 정한 지역 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다. 그러자 경기도가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 남양주시는 70억원을 못 받게 됐다. 이에 남양주시는 헌재(憲裁)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 법적으로 대응했다. 그런 와중에 경기도는 지난달 30일 '남양주시 비서실 팀장이 공금 25만원을 유용했으니 중징계하라'고 통보했고, 남양주시는 "행정권을 앞세워 복종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4월 20일부터 6월 30일까지 27개 시군을 대상으로 '소극행정 실태 특별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남양주시장 비서실 A팀장이 지난 3월 코로나 비상근무를 하는 보건소 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시장 업무추진비로 2만5000원 커피 상품권 20장을 구입, 그중 10장을 보건소 직원에게, 나머지 10장은 총무과와 기획예산과 직원에게 나눠준 것을 확인했다. 경기도는 총무과·기획예산과 직원에게 나눠준 10장(25만원)을 공금 유용이라고 판단, 남양주시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부정하게 쓰거나 사적으로 이용한 게 아닌데 중징계 처분은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에 따르면 중징계는 '100만원 이상 횡령·유용'에 내려진다. 남양주시에서는 경기도가 다른 시군에서 국외 출장자 44명이 숙박비 960만원을 과도하게 쓴 것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것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코로나 관련 업무와 상관없는 힘 있는 부서 팀원에게 지급됐다"며 "금액보다 고의성 여부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 지사와 조 시장 간의 묵은 갈등에서 시작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지사의 역점 시책인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조 시장이 선별 지급이 옳다며 반기를 드는 바람에 미운털이 박혔다고 보고 있다. 남양주시는 이 지사의 '동참' 독려에 참여하지 않다가 나중에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전체 국민으로 확대하자 지급에 나섰다. 최근 경기도는 "지역 화폐 지급 원칙을 어겼다"며 남양주시와 수원시를 주민 1인당 1만원씩 배정되는 특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남양주시는 지난달 28일 "헌법에서 보장한 자치재정권을 침해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당시 경기도 김홍국 대변인은 "이 지사가 4월 시장·군수 단체채팅방을 비롯해 수차례 지역 화폐 지급 원칙을 고지했다"며 "도지사의 고유 권한인 특조금 지급을 놓고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행위는 생떼"라고 반박했다. 이에 남양주시 조유진 정책보좌관이 "지역 화폐로 지급하라는 공문은 보내오지 않았고, 그에 따라 남양주시는 자치권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재반박하는 등 갈등은 고조됐다. 권한쟁의 심판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청년배당 등 복지제도 시행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제동을 걸자 활용했던 방법이기도 했다.

이처럼 사사건건 충돌하는 이유로는 두 사람의 정치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조 시장이 노무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친문(親文)' 계열 인사인 반면, 이 지사와 친문 진영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여권 일각에서는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른 이 지사가 고분고분하지 않은 조 시장에게 줄 세우기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수원=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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