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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사설] 국보법 위반 대법관 후보 제청, '코드사법'의 완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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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달 초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 후임으로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임명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이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 후보자가 국회청문회와 임명 동의를 통과하면 현 정부 들어 11번째 대법관 임명이다. 아직도 두 명 더 임명 몫이 남아 있어서 문 대통령 임기 내에 14명의 대법관 중 13명이 바뀌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1985년 서울대 지하 조직인 '민주화추진위원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다가 체포돼 국보법 위반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사면복권된 뒤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국보법위반 1호 판사'가 됐다. 국보법 위반 사범이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주요 판결로 6·25전쟁 직후 보도연맹원들을 대거 체포해 사형선고를 내린 판결에서 처음으로 재심 결정한 사례를 꼽는다. 김일성 전기를 판매하다 적발된 국보법 위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에서 함께 활동한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시 동기들보다 늦게 고법부장이 됐다. 대법원장과 같은 서클 활동을 했던 판사가 초고속 승진하고 대법관에까지 임명되는 셈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자신의 저서에 직접 언급할 정도로 막역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코드 인사다. 대법관 14명 중 5명은 우리법연구회 또는 민변 출신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 주요 법원의 요직도 코드 일색이다.

문 정권은 이미 사법부를 완전 장악했다. 이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되면 사법부의 쏠림은 더 공고해질 것이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재판부는 좌파 단체가 만든 영상물 '백년전쟁'에 대한 상고심에서 방송위 제재가 부당하다며 원심을 파기한 사건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모두 '백년전쟁'에 섰다. 선거 TV 토론에서 '거짓말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다'라는 판례를 만들어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각종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이나 형사재판의 유무죄 판단도 정권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됐다. 사법부 독립이니 삼권 분립이라는 말이 사실상 의미를 상실해 버렸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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