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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0대보다 더 훔친다…도둑 어르신 급증, 요양원 된 日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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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재범률 70% 넘어, 생활고에 자진 감방행도"

"감옥서 연금 모았다가 출소해 탕진…다시 수감"

치매 걸린 죄수, 각종 돌봄 서비스 도입도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죄수 중에 재범자가 70%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심각한 고령화의 부작용이란 해석도 따라붙는다. 개중에는 자유는 없지만 굶지 않아도 되는 교도소 생활로 되돌아가려고 출소한 뒤 일부러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는 노인들도 많다는 것이다.

10일 일본 잡지인 현대 비즈니스에 따르면 일본에서 노인 죄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절대 수치로는 2007년 1884명에서 2017년 2278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수감자가 7만989명에서 4만7331명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노인 죄수의 비중은 2007년 전체 수감자의 2.65%였으나 2017년 4.81%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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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를 나가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탓에 일본에서 고령의 죄수들이 출소하자마자 다시 죄를 지어 교도소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일본 매체가 전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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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노인 죄수의 절반 이상은 '가벼운 절도죄(54.2%)'로 교도소에 들어온다. 소매치기나 자전거 절도 등이다. 일본 경찰백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절도범은 14~19세 절도범의 3.45배였다.

일본 경제 주간지 현대 비즈니스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으로 가난한 노인의 증가를 꼽았다. 지난해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8.4%이며 노인가구 빈곤율은 27%였다. 노인 4명 중 한 명 이상이 빈곤 상태에 처했다는 얘기다. 노인 죄수의 증가에는 이런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감방행'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는 게 이 매체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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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8.4%에 달했고 노인 가구 빈곤율은 27%였다. 2019년 한 고령의 여성이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앞을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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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즈니스는 "가족도, 직장도 없어 먹고 살기 어려워진 고령자가 택하는 건 의식주를 보장해 주는 '안전한' 교도소 생활이다"면서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다시 나오기가 불안해 일부러 죄를 짓고 교도소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고령 죄수의 재입소율(재범률)은 70% 이상이라고 현대 비즈니스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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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지니스는 교도소를 나가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탓에 일본에서 고령의 죄수들이 출소하자마자 다시 죄를 지어 교도소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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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선 자유도, 쾌적함도 누릴 수 없지만, 적어도 굶진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교도소를 '세컨드 하우스(별장)'처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도둑질로 수감된 노인들은 기초 연금을 받는데, 감옥에 있는 동안은 연금을 쓸 수 없어 돈이 모인다. 그러다가 출소하면 그동안 쌓인 연금을 도박에 쏟아부어 빈털터리가 된다. 빈털터리가 된 뒤에 소액의 돈을 훔치다 잡힌다. 이럴 경우, 형기는 대개 1년 이내이기 때문에 수감과 출소를 밥 먹듯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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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죄수가 늘어나면서 일본의 교도소가 마치 '양로원'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자조도 나온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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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령 죄수가 늘다 보니 일본 교도소가 마치 양로원이나 요양원처럼 돼 가고 있다는 자조도 나온다. 교도관이 교화 대신 노인 돌봄 서비스에 주력하는 경우도 생긴다.

일본 도치기 현 오타와라 시의 쿠로바네 교도소에는 65세 이상이면서 돌봄이 필요한 죄수가 11명 있다. 이 중에 치매를 앓는 경우도 있다. 사카다 시게키(가명·79)는 한 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맡았던 지난 2010년 4700만엔(약 5억2000만원)을 횡령한 죄로 2015년 체포됐다. 입소 당시에는 정신이 온전했지만, 교도소에서 치매가 진행되면서 현재는 자기가 지은 죄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출소일조차 모른다.

신체 기능이 떨어진 노인 죄수들을 위해 이 교도소에는 기저귀가 항상 비치돼 있다. 교도관이 대소변을 받아내거나 마사지 등 물리치료를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 비즈니스는 "형을 집행한다는 본래의 목적에 고령자 '돌봄 기능'까지 가중되면서 교도관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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