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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용개미들의 천국된 코스피... 저점 대비 67%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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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엔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었다면, 요즘은 용감한 자만이 부(富)를 얻네요”(대형 증권사 A실장)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용(勇)개미’들의 승전보가 화제다. 용감한 개미라는 뜻으로 불리는 용개미는 코로나발 악화된 실물 경제와 상관없이 거대한 유동성 흐름에 용감하게 올라타서 큰 수익을 거둔 개인 투자자들을 말한다.

올해 코로나 악재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합쳐 46조원 넘게 주식을 사모은 용개미들은 11일 코스피지수가 26개월 만에 장중 2428까지 돌파하자 대환호했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로는 8% 넘게 상승했고, 지난 3월19일 저점(1457.64) 대비로는 67% 급등했다. 코로나 시대에 태어난 똑똑한 용개미들은 ‘팔아야 내돈’이라는 투자의 정석을 실천이라도 하듯, 주가가 연고점을 찍자 오전 중에 18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 수익을 챙기고 있다.

조선일보

코스피가 상승하며 장중 2400선을 돌파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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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개미들은 초저금리를 활용해서 돈을 싸게 빌리고 주식에 베팅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잔고는 15조538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잔고는 개인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돈을 의미하는데, 신용잔고가 15조원을 넘은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한 달간 개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주요 종목은 코스피에선 카카오와 SK하이닉스, 일양약품, 코스닥에선 씨젠과 레고켐바이오, 제넥신 등이었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랩운용부서장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 많은 자금이 풀린 적은 없었다”면서 “당분간 유동성 거인의 거침없는 진격을 저지할 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오갈 곳 없는 시중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실물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 주가만 나홀로 오르긴 힘들 것이라거나 혹은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고평가되었다고 보는 이른바 가치 투자자들은 완전히 소외되는 양극단 증시”라고 말했다.

여의도 전문가들은 더 이상 개미들을 시장 주변인 정도로 생각하지 않고, 예전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면서 세련된 투자 집단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시장 유입 강도는 2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그동안 개인들은 코스닥 잡주만 단타하는 투자자로만 여겨졌지만 최근엔 대형주를 장기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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