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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열여섯 번째 음악영화제 수해로 개막식 고민했지만 정체성 돌아보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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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막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성우

‘봄날은 간다’ 등 수많은 영화음악 작업

초기 영화제 뼈대 구축… 10년만에 돌아와

한국영화와 음악의 흐름 재조명하는 시간

닷새간 ‘웨이브’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

세계일보

‘한국 영화음악 대부’로 불리는 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집행위원장은 “영화음악이란 관객과 영화를 하나로 만드는 장치인데 한국영화계에선 음악가들에게 흥행 공식에 맞는 뻔한 음악을 요구한다”며 “영화제를 세계적으로 키워 보자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 뒤에 보이는 건 그가 작업한 영화 OST CD들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8월의 크리스마스’, ‘플란다스의 개’, ‘봄날은 간다’, ‘꽃피는 봄이 오면’, ‘만추’….

영화광이라면 그의 이름은 몰라도 이 영화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만든 주옥같은 영화 OST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한국 영화음악의 대부, 조성우(57) 음악감독 얘기다. 그런 그가 13일 개막하는 제1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집행위원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2006년부터 4년간 집행위원장을 맡아 2∼6회 영화제를 이끌었다.

조 위원장은 지난 10일 세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조촐한 개막식을 여는데 제천이 집중호우로 특별재난지역이 돼 주말 내내 고민했다”며 “영화제 비전을 널리 알리는 게 장기적으로는 제천시와 제천 시민들을 위한 길이라 생각해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영화제 사무국을 제천으로 옮기며 스태프들이 많이 바뀌어 경험 있는 집행부가 필요했고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다”며 “영화제를 세계적으로 키워 보자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아시아 유일의 국제음악영화제다. 아시아 밖으로 눈을 돌려도 이렇다 할 국제음악영화제는 없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5일간 열린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음악 프로그램과 이벤트는 네이버 브이라이브로 진행한다.

“음악영화 장르의 정체성에 더 집중해 프로그래밍했습니다. 음악영화에 호기심, 기대를 갖고 작품들을 만나 보시면 특별하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제는 지난 15년간 음악영화제 정체성을 다졌고 국제영화제 면모도 잘 갖춰 왔습니다.”

세계일보

13일 개막하는 제1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포스터. JIMFF 제공


국제경쟁 부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뿐 아니라 영화제 역사를 돌아보는 기획전 ‘홈커밍데이’, ‘한국 음악영화의 발자취’도 주목할 만하다. 조 위원장은 이번에 신설된 ‘올해의 큐레이터’로 나서 대표작과 인생작을 선정해 그 이유를 들려준다.

“제천은 작은 도시입니다. 제천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분들에게 영화제를 통해 동기 부여를 해주고 싶어요. 시민 참여도를 높일 겁니다. 국제경쟁 부문을 강화하고, 음악영화 사전 제작 지원도 대폭 확대할 거고요.”

연세대 철학과 겸임교수 출신인 그는 1995년 ‘런어웨이’로 데뷔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지난해 ‘천문: 하늘에 묻는다’, 올해 ‘미스터 주: 사라진 VIP’까지 25년간 활동하며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영화 제작자이자 투자자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음악 환경은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영화에서 음악은 관객들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죠. 영화음악이란 관객과 영화를 접합해 하나로 만드는 장치거든요. 지금은 음악가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시기인 것 같아요. 영화가 상업화되고 규모가 커지다 보니 흥행 공식에 맞는 기능성, 뻔한 음악을 요구합니다. 음악가 개성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영화계에 계신 분들은 진보적인데 영화계는 가장 보수적인 것 같아요. 그럴수록 제2의 유통망인 영화제 역할이 커진다는 생각도 들고요.”

일각에선 “한국 영화음악 시장 자체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 음악을 예로 들며 “영화음악은 영화 안에 있지만 영화 밖에 나가면 음반 시장에 들어가 감상용 음악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며 “지금 한국 영화음악들은 영화를 떠나서는 독자적인 상품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음악가에겐 개성과 스타일이 중요합니다. 제 음악은 스타일이 분명해요. 좀 서정적이고 약간 슬프죠. 이런 스타일로 모든 영화를 할 순 없어요. 제 스타일을 필요로 하는 작품에 참여하며 계속 지켜 나가고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으면 좋겠어요. 여러 스타일이 공존하는 환경이 되면 우리 영화음악도 발전하지 않을까요.”

그는 오랜 친구이자 영화적 동지인 허진호 감독과 드라마에 도전한다. 그만의 뮤지컬 영화도 준비 중이다.

“허 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 ‘인간실격’을 같이 하게 됐어요. 드라마는 처음인데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고요. 뮤지컬 영화 두 편에 제작자 겸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는데 저의 모든 음악적 역량을 쏟아부으려 합니다. 하나는 콜트콜텍 노동자들 이야기, 다른 하나는 외계인들이 자꾸 한반도에 오는 이유를 찾아다니는 과학자 이야기인데 알고 보니 한반도 음악이 너무 좋아서란 내용이에요.”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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