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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세계서 유일하게 '킹키부츠' 공연… 한국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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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뮤지컬 '킹키부츠' 작곡… 80년대 팝스타 신디 로퍼 단독 인터뷰

"이 뮤지컬은 마치 행복해지는 약 같아요. 누구나 이 무대를 경험하고 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용기를 갖게 되고, 한껏 행복해져서 극장 문을 나서게 될 겁니다! 요즘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것, '용기'와 '행복' 아닌가요?"

조선일보

'여전히 젊은 시절 당신의 노래 가사처럼 신나게 살길 원하느냐'고 묻자, 신디 로퍼는 "뮤지션이자 아내, 엄마로서 내 경력과 삶을 통해 많은 걸 배웠고 나 자신도 확실히 바뀌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즐거운 삶을 살고 싶고 모두가 그럴 권리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진가 헬렌 메이뱅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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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색으로 물들인 머리칼에 짙은 눈화장,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말하는 신디 로퍼(67)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오는 21일 그가 작곡한 뮤지컬 '킹키부츠'의 라이선스 공연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다. CJ ENM은 브로드웨이 초연부터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2014년 라이선스 세계 초연 뒤 이번에 네 번째 공연을 올린다. 개막을 앞둔 인터뷰 요청에, 신디는 미국 뉴욕의 집에서 이메일로 답변을 보내왔다.

신디 로퍼는 새로 딛는 발걸음마다 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예술가였다. 1983년엔 'Girls Just Want to Have Fun'을 위시한 히트곡으로 고운 목소리의 미녀 가수들이 점령했던 팝 음악 지형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았고, 2010년엔 '멤피스 블루스'로 그해 최고의 블루스 가수가 됐다.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된 뮤지컬 '킹키부츠'의 곡을 써서 미국 공연계 최고상인 토니상 최우수음악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 작곡가로 등극했다. '킹키부츠'는 그해 토니상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고, 2016년엔 영국 공연계 최고상인 올리비에상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팝과 블루스, 뮤지컬의 세계를 모두 정복한 그를 영미 언론은 '세 세계의 여왕(Queen of Three Worlds)'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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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속 드랙퀸 '롤라'의 화려한 공연 모습(2016년 한국 공연).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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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음악은 혼자 하는 작업이라 외롭지만, 뮤지컬 작업은 친구들과 함께라 더 행복해요. '킹키부츠' 공연 땐 매일 밤 극장 뒤에서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며 뛰는 걸 지켜봤다니까요." '킹키부츠'는 오래된 신발 공장을 얼떨결에 물려받은 숙맥 청년이 '드랙 퀸' 친구를 만나 신사업에 도전해 끝내 성공하는 이야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젊은이, 색안경 낀 시선을 이겨내야 하는 아웃사이더의 이야기가 관객들과 공명했고, 중노년층과 관광객뿐이던 브로드웨이 극장에 새로 젊은 관객을 유입시켰다는 찬사를 받았다. 신디는 "브로드웨이 극장엔 서너 살짜리 아이들 관객도 많았다"며 "남들과 조금 달라도 자기 자신 그대로 사랑받길 원하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소망을 담은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지금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형 공연이 무대에 오르는 나라. '킹키부츠'를 볼 수 있는 곳도 전 세계에 한국뿐이다. 신디는 "한국이 옳았다"고 했다. "한국은 전문가들에게 귀 기울였고, 초기에 진단 시스템을 세팅해 그 수혜를 누리고 있어요. 너무 많은 나라가 극장을 '셧다운' 하면서 많은 사람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데, 한국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관객들이 극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대형 뮤지컬을 공연할 방법을 찾아내 기뻐요. 다른 나라들이 배울 수 있는 모델이 되길 바랍니다." 그는 또 "온라인 공연은 지리적 거리나 경제적 이유로 공연을 못 본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지만, 라이브 공연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면 관객들이 꼭 극장으로 돌아올 것을 믿는다"고 했다.

팬데믹 이후 신디는 온라인 자선 공연에 자주 참여한다. 나머지 시간은 집에 머물며 새 뮤지컬 '워킹 걸' 작업을 하고, 남편인 배우 데이비드 손턴과 카지노 게임을 즐긴다. 그는 "둘 다 너무 바빴는데 강제로 느리게 살며 함께 있을 수 있어 좋다. 게임은 늘 내가 이긴다"고 했다. "화사의 신곡 'LMM'이 플레이리스트에 있고, 넷플릭스로 '효리네 민박'도 봤어요. 제주도 여행이 지금 버킷리스트 1순위랍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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