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540m 위에서 보낸 아찔하고 특별한 하룻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써머레스트(SUMMEREST) 2020` 비바크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타워 야외 최상층부에서 도시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물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하룻밤을 주무시게 되는 겁니다."

지난 7일 오후 11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야외 최상층부. 122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 뒤 계단으로 3개 층을 더 올라야 다다를 수 있는 이곳에서 이색 캠핑 체험 이벤트가 열렸다. 성인 남성 평균 키보다 약간 낮은 쇠난간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침낭을 덮고 밤을 보내는 '비바크(biwak)' 체험이다. 난간 위로 고개를 내밀면 화려하게 펼쳐지는 서울 야경과 함께 타워 높이가 아름답고도 아찔하게 느껴지는 곳에 겁 없는 성인 남녀 20명이 모였다.

이번 행사는 롯데물산이 8월 한 달간 진행하는 '써머레스트 2020' 일환으로 열렸다. 비바크는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지형지물을 이용해 하룻밤을 지새우는 일을 뜻하는 독일어다. 롯데월드타워는 물론 지상 500m가 넘는 마천루 꼭대기에서 야영을 하는 것은 유례가 없었다. 서울 시내 호텔 중 가장 높은 시그니엘 서울보다 25개 층 높은 위치이며, 남산타워(479.7m)와 비교해도 거의 100m 더 높다.

그만큼 행사 내내 안전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게 이뤄졌다. 행사 참가자는 모두 추락을 막아주는 장치(하네스)를 착용했다. 휴대전화를 제외한 모든 개인물품은 소지할 수 없으며, 휴대전화도 별도 케이스에 넣고 목에 걸어둔 채 사용해야 했다.

모든 안전조치를 마치고 타워 옥상에 올랐을 때 난간 너머로 펼쳐지는 서울 야경은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눈부셨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에서 아직 장마가 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침낭은 옥상에서 또 두 갈래로 나뉜 기둥 사이 층에 마련됐다. 약 40m 나선형 계단을 올라 침낭 앞에 서니 안전요원이 입고 있던 하네스를 땅에 묶는 안전줄을 고정했다. 자는 도중에 뒤척이다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순간부터 아침까지 반경 1.5m 이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앉아서 도시 야경을 보는 것밖에 없었다. 540m 높이 비바크 장소에서는 LTE 전파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침낭도, 베개도, 몸도 모두 묶여 있는 상태에서 잠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하네스가 몸을 조이고 있는 탓에 누워 있는 자세를 바꾸는 것도 불편했다. 처음에는 시원하게 느껴졌던 바람도 밤새도록 몸을 에워싸니 새벽녘에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고통의 순간은 길지 않았다. 새벽 5시께 동녘에서 떠오르는 붉은 기운이 몸과 마음을 스르륵 녹여줬다. 서울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동해에서 보는 것과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서울 최고 높이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은 참가자들에게도 뜻깊은 추억으로 남았다. 유튜브 채널 '초록'에서 자신의 체험을 공유하고 있는 조민근 씨(22)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롯데월드타워 비바크 행사는 이날 하루로 끝났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체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정례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박대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