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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4대강보 홍수예방 안돼"…조사도 안하고 결론부터 낸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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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해복구 총력 ◆

사상 유례없이 길어진 장마와 폭우로 발생한 이재민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 정부가 제방 붕괴 등 수해 책임을 '4대강 보'에 떠넘기기에 나섰다.

수자원 관리 책임이 있는 환경부가 여러 건의 조사·감사 보고서 중 현 여권의 '4대강 때리기' 논리에 부합하는 일부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홍수 예방 효과가 없고 되레 홍수 피해를 더 키웠다"고 주장했다.

또 공동 책임자인 한국수자원공사도 "규정대로 방류했는데 기상청 예보를 넘어선 물폭탄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제방 붕괴 원인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자리에서 결론을 예단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12일 환경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강 사업과 홍수 조절 효과'를 주제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환경부는 2014년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 2018년 감사원 제4차 감사, 2019년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면서 "보의 홍수 예방 효과는 없으며 오히려 홍수위를 일부 상승시켜 홍수 소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입장을 내놨다.

환경부 관계자는 "2009년 7월 나온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선 홍수 조절 효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보의 물 확보 능력만 제시했다"며 "보는 홍수에 부정적인 효과를 줬고, 홍수 조절 효과는 주로 하도정비와 하굿둑 배수문 증설 등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졌기 때문에 홍수 피해가 심해졌다는 지적에도 정면 반박했다.

섬진강 하류(남원)에 500년 만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홍수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란 주장도 일축했다. 4대강 본류 구간은 사업 이전에도 홍수 피해가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 홍수는 대부분 지류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연관성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를 포함시켜 민관 합동으로 4대강 보 영향성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실증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직접 포문을 연 만큼 이달 초 발생한 홍수 사태를 바탕으로 실증 평가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민이 고통받는 재난 상황이 수습되지도 않았고 정밀조사에 착수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사태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환경부가 각 조사들에서 유리한 부분만 뽑아 '효과가 없다'는 전제를 일찌감치 내렸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가 주요 근거로 삼은 2018년 감사원 보고서에는 4대강 사업이 일정 부분 홍수 예방 효과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그 부분은 '쏙' 빼고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감사원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보고서에서 연세대 산학협력단은 4대강 사업의 본류 홍수 방어 능력 개선 효과를 분석했다. 2013년 기준으로 4대강 사업 이후 본류의 계획 홍수위가 86.3% 구간에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백상경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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