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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설] 의협, 파업 철회하고 정부와 ‘협의체’ 구성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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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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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파업 예고일(14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철회를 포함해 5가지 요구 조건을 걸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12일 ‘보건의료 발전계획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만 수용 의사를 밝혔다. 겉으로 보면 정부 태도가 완고하게 비칠지 모르나, 의협의 요구가 공공의료 강화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내용인 걸 고려하면 수긍할 만하다. 의협은 협의체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개진하는 게 옳은 대응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의협의 요구 조건을 보면, 국민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뿐 아니라 공공의대 설립 계획도 철회하라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 부족과 지역 간 의료격차, 공공의료 취약성은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역대 정부가 이 문제를 줄곧 방치해오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뒤늦게 내놓은 게 이들 정책이다. 보건의료단체와 시민사회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는데, 의협은 그조차 못 하겠다고 하니 개탄스럽다. 아무리 직능단체라지만 너무했다.

의협의 다른 요구조건도 ‘직능 이기주의’와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보건복지부 내 한의약정책관실과 한의약육성법 폐지 요구는 한의학계를 의료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또한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나마 ‘비대면 진료’ 육성책 폐지 요구가 시민사회 요구와 일치하지만, 이것 또한 대형 병원 자본과의 밥그릇 다툼이 아니냐는 눈초리가 따갑다.

우리나라 의료계는 과도한 경쟁 체제에 내몰린 지 오래다. 특히 재벌급 대형 병원들을 꼭짓점으로 해서 맨 아래 개원의들까지 이어지는 자본의 수직 지배구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의사협회의 주축은 개원의들이고, 파업 동참을 예고한 전공의들 가운데 상당수도 ‘미래의 개원의’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정글이나 다름없는 의료 시장화에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협이 정부에 요구해야 하는 건 의료 시장화를 바로잡도록 하는 일이다. 협의체를 통해 공공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면 국민 여론도 의협 쪽에 설 것이다. 의협은 우선 파업을 철회하고 정부의 협의체 구성 제안에 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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