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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잘란 잘란] 재인니 아프간 난민들, 한국인 부부에 "엄마·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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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계 형사→ 학원 원장→ 선교사 변신 권용준씨 "운명이라 생각"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의 아프간 난민 돕는 권용준·김순덕 부부
[자카르타=연합뉴스]



[※ 편집자 주 : '잘란 잘란'(jalan-jalan)은 인도네시아어로 '산책하다,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자카르타 특파원이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다부진 체격.

1980년대 서울 북부경찰서 강력계 형사로 이름 날렸던 권용준(59)씨는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서부 난민촌에서 아프가니스탄 청년이 "파다르"(아빠)라고 부르자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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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서부 칼리데레스 아프간 난민촌 전경
[자카르타=연합뉴스]



권씨는 1984년 서울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 1988년 '유전무죄 무전유죄' 탈주극으로 유명한 지강헌을 당초 절도 혐의로 수갑 채웠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형사를 천직으로 여겼던 권씨는 "제발 편하게 살자"는 아내의 간청에 1991년 사표를 내고 보습학원을 차렸다.

그러고는 아내를 따라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뒤 1999년 선교사가 되겠다며 돌연 학원 사업을 접고 타지키스탄으로 떠났고, 국경 너머 아프가니스탄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와 가족은 2002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아프간에서 선교·봉사활동을 했고, 2016년 3월부터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도권에서 아프간 난민들을 돕고 있다.

권씨는 연합뉴스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모든 게 운명이라 생각한다"며 "인도네시아에 1만2천명의 아프간 난민이 있을 줄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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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아프간 난민 돕는 권용준·김순덕 부부
[자카르타=연합뉴스]



권씨와 아내 김순덕(63)씨는 자카르타 외곽 보고르의 뿐짝 아프간 난민촌에 산다.

전체 난민 1만2천명 가운데 8천명은 유엔난민기구가 인도네시아 10여곳에 설치한 캠프에 수용됐고, 인도네시아 정부 지정에 따라 뿐짝에 3천500명이 모여 산다.

인도네시아에 온 아프간 난민들은 유엔난민기구의 추천으로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로 이주하는 게 최종 목표다.

난민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위해 근로활동을 금지하기에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

권씨 부부는 아프간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기에 난민들에게 태권도, 영어, 한국어를 무료로 가르치고, 난민학교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자카르타 서부 칼리데레스 난민촌에도 매달 두 차례 방문해 화장지와 의료품 등을 지원한다.

이곳 난민 230여명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단 두 칸인데, 오물처리 비용 역시 권씨 부부다 지원한다.

권씨 부부가 연합뉴스 특파원과 함께 칼리데레스 난민촌을 방문하자 곳곳에서 "파다르"(아빠), "모다르"(엄마)라고 부르며 이들을 반겼다.

권씨는 "아프간에서 태권도를 가르쳤던 제자 여럿을 인도네시아 난민촌에서 기적처럼 만났다"며 "난민들은 인도네시아어가 아닌 아프간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리 부부를 따르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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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서부 칼리데레스 아프간 난민촌 내부…텐트치고 생활
[자카르타=연합뉴스]



권씨는 "아프간을 탈출한 난민들은 브로커에게 최소 4천 달러 이상을 지불한 셈"이라며 "이들은 아프간 내에서는 그 정도 비용을 마련할 능력,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난민들이 원하는 대로 제3국에 정착해 가족들을 초청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들 또는 이들의 자녀가 나중에 아프간의 리더가 됐을 때 한국인의 도움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권씨의 아내 김순덕씨도 "난민들은 아무 일도 못 하고, 매일 유엔난민기구 연락만 기다리다 보니 두통, 신경통에 시달린다"며 "똑똑한 청년들이 세월만 보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여건이 되는 한 계속 인도네시아에 남아 아프간 난민들을 돕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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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아프간 난민들, 한국인 부부에 "엄마·아빠"
[자카르타=연합뉴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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