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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양성평등진흥원의 성차별? "재난 피해, 성별마다 다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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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교육서 '대구 지하철 참사' 이용해 1차 논란
국민신문고 답변 내용 알려지면서 비판 확산
한국일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공무원을 상대로 한 성인지 교육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 사례를 활용했다가 비판에 휩싸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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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사이버교육을 진행했다가 영상 내용이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번엔 영상 콘텐츠에 대한 양평원의 해명이 다시금 입길에 오르고 있다.

14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양평원이 전날 국민신문고에서 논란이 된 사이버교육에 대해 답변한 내용이 캡처본 형태로 확산하고 있다.

앞서 양평원은 사이버교육 영상에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생존자 인터뷰를 인용했다가 1일 대구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참사의 아픔을 이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인용된 문구는 "입을 막고 낮은 자세로 가야 한다는 것을 한 번도 배우지 않아서 탈출하면서 연기를 많이 마셨어요. 나중에 보니 남자들은 다 알고 입을 막고 낮은 자세로 갔다고 하더라고요"라는 인터뷰 답변이었다.

마치 남성은 재난 시 대처 매뉴얼을 교육받았지만, 여성은 그렇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히면서 지역 커뮤니티에서 "지하철 참사의 아픔을 알기나 하냐"는 비판이 나왔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양평원은 5일 홈페이지에서 "사이버 교육이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을 이용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본원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인한 고통과 희생에 통감하며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공정책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모색하고자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당사자에게 다시 그 고통을 상기시킬 수 있음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콘텐츠 수정 작업에 나섰다.
한국일보

한국양성평등진흥원이 13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사이버교육 논란에 대해 답변한 내용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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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논란은 잠잠해지는 듯 했으나,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 사안을 문제제기한 일부 누리꾼에 의해 이 사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양평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난 피해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성 역할 고정관념이나 사회ㆍ경제적 지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피해 양상이 다를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답변한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 같은 해명이 알려진 이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가 보면 화재 대피요령은 남자에게만 전수해주는 줄 알겠다"(아****), "이게 남자랑 무슨 상관이냐"(이****), "성 역할 고정관념 때문이 아니라 화재대피 훈련을 공부하지 않은 게 이유다"(di****) 등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양평원의 국민신문고 답변은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문과 같은 내용이지만, 답변 내용이 공개되면서 뒤늦게 논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평원은 실제 연구 결과에 기초한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양평원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피해자를 심층 인터뷰한 연구 자료를 반영한 콘텐츠였다"며 "연구결과에서 성별 등이 재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나왔는데, 연구 결과에 기초한 설명이지 근거없이 만든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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