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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설] 무리한 정규직 전환에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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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재지 않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계획이 일부 노동자 해고로 이어지자 정규직화 대상자들이 반발하는 등 무리한 정규직화의 폐해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실직하는 비정규직의 반발은 물론 정규직 노조도 '공정한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정례 집회에 나서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한국노총 소속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단체들은 엊그제 서울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졸속 정규직화'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항공보안·소방대 노조 등의 조합원 100여 명이 참여해 30여 명은 항의성 삭발까지 했다. 당초 이들은 인천공항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데 합의한 상태였으나 공사 측이 직고용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공개경쟁을 거치게 됐고 결국 대상자 가운데 공항소방대원·야생동물통제요원 47명이 탈락해 분란이 일어난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원래대로 자회사 정규직화가 추진됐으면 고용을 유지했을 텐데 공사 측이 직고용 목표를 채우겠다고 나서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다며 성토한다. 공사 직고용이 정규직 전환 성과만을 노린 원칙 없는 채용이라는 비판이다. 비정규직이 처한 상황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직고용 인원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사실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외부 기관 첫 방문지로 선택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상징이 된 곳이다. 그러다 보니 공사 측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 싸여 무리하게 직고용을 밀어붙인 게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직원·친인척 등의 추천으로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비리를 막으려고 시험·평가를 거치도록 한 정부의 정규직 채용 지침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은 것도 경솔했다. 그러지 않아도 '100% 정규직화'가 힘들 것이란 우려가 컸던 데다 취업준비생에게는 공사 진입장벽을 높일 것이란 불만이 컸는데 이번에 걱정의 일단이 현실화했다. 무리한 정규직 전환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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