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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박소령의 올댓 비즈니스] 스티브 잡스를 상대로 협상에 성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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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만이 하는 것

조선일보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밥 아이거의 회고록 ‘디즈니만이 하는 것’(쌤앤파커스)은 올해 읽은 최고의 책이다. 그는 15년간 디즈니 CEO로 재임하면서 픽사, 마블, 루커스필름, 21세기폭스를 인수했고 넷플릭스의 대항마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했으며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개장했다. 늙어가던 디즈니를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보유한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놀랍도록 겸손하고 담백한 리더십 스타일 덕분이다. 45년 전 말단 제작 보조로 입사한 회사에서 CEO가 되기까지 거쳐야 했던 험난한 도전들과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경영자'로 꼽힌 빛나는 영예에도, 그는 세상의 잣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원칙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책의 주제를 '좋은 일은 잘 키우고 나쁜 일은 잘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련의 원칙들'이라고 적는다. 열 가지 원칙은 이러하다. 낙관주의, 용기, 명확한 초점, 결단력, 호기심, 공정성, 사려 깊음, 진정성, 완벽주의, 고결함.

조선일보

유독 빛나는 원칙은 진정성인데, 굵직한 인수·합병 사례들의 성공 이유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 루퍼트 머독, 조지 루커스 등 까다로운 업계 거물들을 상대로 어떻게 협상을 성공했을까. 핵심은 상대와 인간적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다. 때로는 과감하게 제안했고 때로는 끝까지 인내했지만, 잔재주 없이 돌직구로 승부했다는 것.

그의 이런 면모를 가장 인정했던 사람은 잡스다. 둘 사이의 관계는 잡스가 죽기 전까지 단 6년이었지만, 최고의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였다. 2006년 픽사 인수를 발표하기 직전, 잡스는 기밀 유지를 전제로 췌장암 재발 진단을 받았고 최대 4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인수 거래를 중단해도 좋다고 말한다. 아이거는 고민 끝에 인수를 진행하고 비밀을 지킨다. 2011년 장례식장에서 잡스의 아내는 아이거에게 말한다. "(2006년 인수 발표일 저녁에) 제가 스티브에게 물었죠.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더군요. '응. 아주 맘에 드는 친구야.'"

하루라도 늦게 읽을수록 손해인 책이다.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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