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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전세 소멸? 집값 상승기엔 언제든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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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월세비중 60%로 급등…매매가 급등하자 전세 살아나

강남 전세물건 70%는 갭투자, 목돈 내주며 월세전환 어려워

전세와 월세 절충형인 ‘반전세’로 숨고를뿐 전세는 꿋꿋이 생존

집값 상승땐 전세-하락기 땐 월세 우세 패턴 당분간 반복될 듯

[헤럴드경제=문호진 기자]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은 15.2%로 37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이는 조선시대 이후 적어도 100년 이상 서민의 주거안정에 적지않은 역할을 해온 한국 특유의 전세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세를 활용하면 임차인은 주택을 매입할 때의 50~60% 정도 비용으로 일정 기간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취득·재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없고, 목돈을 강제로 저축해 미래에 집을 사는 ‘징검다리’ 역할도 했다. 주택 매수자에겐 집을 살 때 모자란 목돈을 보충하는 통로였다. 전셋값이 지금의 주택담보대출 역할을 거뜬히 해낸 것이다.

이 같은 전세가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정부와 여당이 주택담보대출 규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에 이어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상한제(5%)를 전격 시행하면서다. 임대차 3법의 맹점을 역설한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국회 5분발언은 전세종말 논란을 첨예화시켰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세가 저금리 시대를 맞아 천천히 축소되고 있었는데, 임대차 3법으로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며 “전세제도를 갑자기 몰아내는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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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보유세 강화에 ‘임대차3법’ 가세로 전세 종말론 첨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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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유례없는 저금리와 정부의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임대차 3법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종말론이 촉발됐다. 보유세 마련을 위해 임대인이 전세를 ‘반전세(보증금+월세)’로 돌리고 있는 추세인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이 같은 흐름을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임대차 3법에 따른 부작용으로 전셋값 급등과 매물 품귀 현상이 확산되면 임대인 우세 시장이 만들어지게 되고 세입자는 반전세나 월세를 울며 겨자멱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 실제로 9510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현재 순수 전세로 나온 물건이 10여 개에 불과하다. 6864가구에 달하는 인근 신천동 파크리오는 순수 전세는 찾아보기 힘들고,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 월세만 몇 건 나와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강남·용산 전세 물건 70%는 갭투자…목돈 내줄 여력없어 전세는 건재”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서울 주택 거래의 절대 다수는 전세를 낀 이른바 ‘갭투자’ 형태로 이뤄진 것이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서울에서 주택을 매수한 사람이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약 51%가 갭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용산 등은 갭투자 비율이 70%에 달한다.

이들은 목돈인 전세금을 보유 현금으로 내주며 세입자를 내보낼 여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랬다면 갭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올 6월 기준 서울의 입주 1년 이하 아파트 전세가율은 86% 수준이다. 1억4000만 원만 있으면 나머지를 전세금으로 채워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식의 부동산 매수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전세가 사라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세소멸론 회의론자들의 시각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그동안 저금리를 활용한 갭투자가 많았고 최근 전세 관련 주택담보대출도 강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며 “전세 자체가 소멸되기 보다는 반전세로의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4년 단위로 전세가가 크게 뛰어올라 세입자 주거 안정을 해치게 될 거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과거의 경험을 들어 기우라는 시각도 있다. 1989년 임대차법 개정으로 그 전까지 1년이던 전세 계약기간이 2년으로 늘어났다. 당시에도 ‘2년 단위로 전세금이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2년 후 전세금 인상률은 3%에 그쳤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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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월세 가름짓는 열쇠는 임대차 기간이 아니라 ‘집값 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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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전세 기간을 6개월에서 1년, 1년에서 2년 늘린 적이 있지만 전세는 지난 30년간 꿋꿋이 살아남았다. 채상욱 전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분석해 보면 전세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변수는 임대차 기간이 아니고 집값 등락”이라고 강조했다.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저금리 시대가 열리고, 집값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월세가 급증하자 ‘전세 종말론’이 등장했다. 통계청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08년을 기점으로 서울의 주택 임대차계약 중 전세는 감소세로, 월세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2년엔 월세 비중이 전세를 마침내 추월했고, 2016년엔 월세 비중이 전체 임대차계약의 60.5%나 됐다.

그렇게 사라질 것 같았던 전세는 그러나 2016년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세가 줄면서 전셋값이 급등하자 전셋값을 레버리지(지렛대) 삼아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난 때문이다. ‘갭투자’가 성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채 전 연구위원은 “전세시장은 집값에 후행하는 패턴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목돈을 지렛대로 활용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전세가 힘을 얻고, 주택가격 안정기 또는 하락기에는 매월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월세가 늘어나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구도을 적용한다면 전세계약청구권 만기가 도래하는 4년 후 월세가 득세할 것 이라는 윤희숙 의원의 예측은 빗나갈 공산이 크다. 올해 서울시내 아파트 분양 물량이 6만 호 이상으로,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많고 3기 신도시 분양도 내년부터 이어지므로 앞으로 4년 후는 공급 증가효과로 전셋값이 오히려 안정될 개연성이 크다. 전세공급이 넉넉하게 되면 세입자 우위의 시장 형성으로 월세 비중은 자연스레 낮아질 것이다.

▶전·월세전환율 4%에서 2.5%로 ‘뚝’…전세 생존력 더 강해진 환경

정부가 19일 전·월세전환율을 오는 10월부터 기존 4%에서 2.5% 수준으로 낮추기로 함에 따라 최근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는 일단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현행 4%는 2016년 기준금리가 2.5~3%일때 정해진 것이어서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진 상황을 반영해 하향조정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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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전환율이 내려가면 월세수입이 크게 줄어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추세를 가라앉힐수 있다. 만약 5억 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3억 원짜리 반전세로 바꾼다면, 세입자는 현재 전·월세 전환율 4%를 적용(2억원X4%)해 1년에 800만원, 월세 66만6000여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전·월세 전환율이 2.5%가 되면 연간 임대료는 500만원, 월세로 따지면 41만6000여원이 된다. 이에 따라 저금리와 정부 규제로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는 집주인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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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신 전·월세전환율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 월세로 전환하고자 할 때 적용될 뿐 새 임차인과의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법적 강제력이 미약해 지금도 시장에서 통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은 법정 전환율인 4%보다 높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5.9%다. 서울의 경우 평균보다 낮은 5%지만, 지방은 7.1%로 높다. 지방이더라도 아파트의 전환율은 5%인데, 단독·다가구의 경우 9.1%에 달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면적, 층과 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방의 경우 월세 미납, 공실 우려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도 더해져서 시장에서 유연하게 정하던 것이었는데, 일률적으로 2.5% 낮추게 되면 결국 정책 저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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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입자 입장에선 집주인이 월세를 전세로 전환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이 때는 앞서 언급한 한국감정원의 시장 전환율을 참고해 합의하면 된다. 예컨대 보증금 2억원에 월 60만원씩 반전세를 살다가 전세로 바꾼다면, 1년치 월세인 720만원에 시장 전환율을 적용하면 전세 환산금을 계산할 수 있다. 이때 전환율이 5%라면 1억4400만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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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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