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이 긴 장마로 인해 차량 침수 피해가 급격히 증가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7월 9일부터 8월 14일까지 보험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건수는 8813건, 추정 피해액은 865억원에 달한다. 2011년(993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보험에 가입되지 않거나 사고 이력을 숨긴 차량을 고려하면 침수피해 차량은 1만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차량이 9월부터 중고차 시장에 쏟아져 나올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물에 잠겼던 차량은 부식 문제와 전자기기 오작동 위험이 있다. 따라서 상품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9~10월은 여름 이후 중고차 시장 성수기라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좋은 매물을 차지하려는 수요가 몰리는 틈을 타 침수 차량을 처리하려는 업주가 많아서다.
중고차 구매를 고려하는 독자들을 위해 매경이코노미가 침수 차량을 거르는 ‘팁’을 정리했다.
유례없이 긴 장마로 인해 차량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9월부터 1만대가 넘는 침수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풀릴 것으로 예측했다.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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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매 전 사고 이력 조회
▶카히스토리·자동차365 적극 활용
침수 차량 구매를 막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차량사고이력조회’다.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와 국토교통부의 ‘자동차365’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을 활용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카히스토리는 자동차보험 사고 자료를 토대로 사고이력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보험 처리가 된 침수 차량 정보를 무료로 알려준다.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 사이트에 접속 후 ‘무료침수차량조회’를 클릭하면 된다. 이후 검색창에 차량 번호나 차대 번호를 입력하면 침수 여부가 나온다. 다만 보험회사 사고 자료가 기반이라 한계가 있다. 보험회사에 사고 발생 사실이 접수되지 않았거나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되지 않은 경우는 확인이 어렵다.
보험 기록 없는 차량이 침수가 의심된다면 ‘자동차365’ 사이트를 이용해보자. 홈페이지에 들어간 후 ‘자동차이력조회’에서 ‘타인차량조회’를 누르면 자료가 나온다. 단, 조회 시 소정의 비용이 발생한다. 정비소에서 수리한 자동차의 정비·검사·사고 이력 점검이 가능하다.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번호판이나 소유자를 바꾸는 ‘침수차 세탁’ 흔적을 파악할 수 있다. 포털 안에 있는 ‘자동차등록원부’를 통해 차량 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보면 된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바뀌었다면 침수 여부를 의심해야 한다.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에 접속하면 침수 여부를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보험개발원 제공> |
2. 검증된 사업자 통해서 구매
▶계약서 작성 시 특약사항 넣어야
전문가들은 중고차를 살 때 피해를 막으려면 검증된 사업자나 플랫폼을 통해 구매하라고 조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인 거래자보다는 검증된 사업자에게 차량을 사는 게 좋다. 보증이 잘돼 있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보상받기가 수월하다”고 전했다.
실제 엔카닷컴·케이카·KB차차차등 주요 중고차 회사는 침수 차량 구매 피해를 막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엔카닷컴은 보험처리이력 조회를 통해 침수 정보를 확인하도록 돕는다.
케이카는 9월 17일까지 ‘침수차 안심 보상 서비스’를 진행한다. 구매 후 90일 내에 케이카 차량진단 결과와 달리 침수 이력이 있는 차로 확인되면 차 가격 100%를 돌려준다. 이전등록비 전액 보상은 물론 100만원의 보상금도 추가로 지급한다. KB차차차는 ‘인증중고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 사고·침수 이력을 미리 점검해 진단 내역을 고객에게 알려준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특약사항을 넣는 것도 중요하다. 구매 계약서에 “판매자가 고지하지 않은 침수(피해) 사실이 추후에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조항을 적어야 한다.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차량이 물에 잠기면 차량 내·외부에 물때와 진흙 자국이 남게 된다. 흔적이 남았는지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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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차량 내·외부 점검은 필수
▶전문가 동행해서 꼼꼼하게 확인
실제 매물을 점검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침수차를 볼 때 차량 외부와 내부를 나눠서 점검하면 좋다. 우선 엔진룸과 트렁크를 열어봐야 한다. 차량이 물에 잠기면 엔진 주변에 물때가 남는다. 흙탕물에 잠기는 경우가 많아 차량 곳곳에 진흙 자국이 묻는다. 물때와 진흙 자국이 발견된다면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일 확률이 높다. 이어 세세한 부분도 확인해야 한다. 눈에 확 띄는 엔진룸과 트렁크는 흔적을 지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청소가 힘든 연료 주입구와 차량 하부까지 깔끔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연료 주입구 뚜껑 안쪽에 침수 자국이 있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연식이 짧은데 차량 하부에서 녹이나 이물질 흔적이 많다면 역시 침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은 차다.
자동차 내부는 안전벨트·좌석 레일·헤드레스트 등 보이지 않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겼을 때 오염물질이 묻어 나오면 의심 차량이다. 시트를 최대한 뒤로 밀었을 때 좌석 레일 부분 금속이 녹슬었다면 침수 여부를 의심할 수 있다. 헤드레스트를 뽑아 의자와의 접촉면도 유심히 봐야 한다. 실내 세차로는 녹슬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침수 여부 확인 시 꼭 봐야 할 필수 항목이다. 시가잭을 면봉으로 닦았을 때 이물질이 묻어 나오는 것도 침수 징후 중 하나다.
전문가와 동행해서 차량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차나 정비 과정을 통해 침수 흔적을 교묘하게 지운 차량은 일반 소비자가 침수 여부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차량 정비사를 비롯한 전문가와 동행해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김필수 교수의 조언이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3호 (2020.08.26~09.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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