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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벼랑끝 자영업자 "문닫아도 월세 나가, 보증금 다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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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에 집합금지명령까지

외식업과 숙박업, PC방 노래방 등 이중고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되면 회복 불능 우려

"임대료나 전기세 등 운영자금이나 보조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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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비전프라자 건물 내 한 노래방 입구에 집합금지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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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로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 대책도 없이 집합금지명령을 내리는 것은 자영업자들 다 망하라는 얘기다.”

서울 구로구에서 4년째 코인노래방을 운영 중인 김시동(50)씨는 꼭 실명을 써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지난 5월 22일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코인노래방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려 50일 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다. 지난 7월 10일 집합제한 명령으로 수칙이 완화된 이후 영업을 재개했지만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지난 19일부터 다시 문을 닫았다.

김씨는 “아르바이트생도 없이 아내와 밤새 빈 매장을 지키다시피 했는데 5월부터 수입이 없어 수백만 원에 이르는 월세를 도저히 감당 못할 상황”이라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커피숍이나 일반음식점은 막지 않고 노래방이나 PC방 등만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 가장 두렵다고 했다. 김씨는 “필요하면 집합금지를 해야 하지만 고정지출 부분 등 피해를 파악해 보상책을 세운 뒤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세입자가 월세를 3개월 연체하면 권리금도 못 받고 나가야 하는 제도도 특별법으로 한시적 예외를 허용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경제의 실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밤잠을 못 자고 있다”, “다 죽으라는 얘기냐”는 하소연이 연일 터져 나온다. 통계청 등에서 2018년에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의 48%(304만명)가 수도권에 있다. 앞서 대구를 중심으로 퍼졌던 1차 코로나19 때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한 이번 2차 코로나19가 소상공인에게는 더 큰 위기감으로 느껴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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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8시쯤 경남 창원시의 가장 중심 상권인 상남동 사거리 모습. 평소 차량과 인적으로 꽉 차 있는 곳이지만 이날은 차량과 행인이 크게 줄었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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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긴 장마와 2차 코로나19 확산 위기까지 겹치면서 미용실·외식업·빵집·숙박업 등 대면 접촉이 잦은 업소나 노래방과 PC방 등 고위험시설 등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 현실화될 경우 많은 자영업자가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것은 물론 회복 불능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23일 오후 8시쯤 찾은 경남 창원시 중심 상권인 상남동은 차량과 인적이 뜸했다. 몇몇 음식점을 제외한 커피숍과 술집 등은 서너 테이블 정도 손님만 있어 지난 2월 이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곳의 한 대형 PC방 사장은 “지난 2~5월까지 사실상 매출의 80% 정도 급감했다가 6월부터 다시 70~80% 수준까지 회복했는데 내일(24일)부터 다시 문을 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적자로 인해 장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임대 기간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는 PC방이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영업까지 정지하면 사실상 자영업자는 다 죽으란 소리가 아니고 뭐냐”라고 말했다.

대구의 가장 번화가인 동성로도 인적이 뚝 끊겼다. 24일 오전 동성로에는 학원을 찾아온 학생이나 일부 직장인만 거리를 지나는 탓인지 옷 가게 등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동성로의 한 음식점 주인는 “올봄 손해가 막심했지만, 최근 다시 활기를 찾아 열심히 해보자 다짐하던 중이었는데 또 손님이 끊겼다”며 “지난 주말부터 매출이 예년보다 또다시 반토막 난 절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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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대구 동성로 모습. 백경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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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대구 동성로 모습. 사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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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중구 은행동 한 제과점 사장은 지난 2월 닫았던 가게 문을 다시 열려다 포기했다. 한달 매출 3000만원 이상을 기록한 이 가게는 코로나19로 매출이 60% 이상 줄어들면서 임시로 가게 문을 닫았다. 일하던 종업원 7명이나 내보냈다. 사장은 “문은 닫아도 월세(500만원)는 계속 나가 보증금도 다 까먹었다”며 “코로나19가 이렇게 확산한다면 가게 운영은 더는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광주광역시는 최대 유흥가인 상무지구를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무지구에서 식당을 하는 박모(52)씨는 “인근 회사 직장인이나 일반 손님까지 뚝 끊겼다”며 “우리 가게는 확진자가 나온 상무지구 유흥가 중심도 아닌데 이곳 근처로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통 시장도 마찬가지다. 안동순 광주시 시장연합회 사무처장은 “오늘 점심을 먹으러 시장 내 식당에 갔는데 상인회 직원 4명을 빼고는 한 명도 손님이 없었다”며 “지난 22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된 뒤 손님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코로나19로 군 장병들의 외출·외박이 지난 4월 이후 4개월여 만에 또다시 통제돼 인근 상인들이 고통받고 있다. 강원 화천군에서 6년째 음식점을 하는 정모(34)씨는 코로나19로 지난 19일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추가로 대출이 가능한 곳을 물색 중이다.

정씨는 손님이 줄자 최근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하루 20건 안팎의 주문이 들어오는데 농촌 지역 특성상 배달 직원을 새로 채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하다. 이 음식점의 경우 정씨와 직원 등 총 4명이 일하고 있다. 매달 음식점 운영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월세, 전기세 등 고정비용만 700만원가량이다. 정씨는 “지난 2월 5000만원을 대출받아 급한 불을 껐는데 이제 대출금도 거의 바닥났다”며 “직원과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음식점을 폐업할 수는 없어 추가 대출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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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 중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매장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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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과 함께 자영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위원은 “가장 부담이 큰 전기세 등을 유예하거나, 전통상인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배달서비스 일부를 지원하는 등 실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형 중소기업연구원 소상공인연구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을 상인들이 버틸 수 있도록 임대료나 인건비 등의 운영자금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며 “보조금 형태가 가장 좋겠지만, 정부 재정 여건상 어렵다면, 저리 형태로 쉽게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창원·대구·광주·화천·대전·부산=위성욱·백경서·진창일·박진호·김방현·최종권·이은지 기자, 최은경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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