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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아베 지병 악화... 후계자는 '아베 입' 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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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건강 악화' 인정시 정국 요동칠 듯
'포스트 아베' 가운데 스가 관방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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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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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밝힐 예정인 가운데 한 주간지가 총리의 지병이 재발했으며 후계자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의중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건강 이상설을 인정할 경우 향후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베, 내일 회견서 '지병 악화' 인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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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가 지난 24일 도쿄 게이오대 부속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마치고 승용차에 탑승해 총리관저로 이동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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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발매된 슈칸분슌 최신호는 아베 총리가 지난 24일 게이오대 부속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후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을 억제하는) 약이 효과가 없어져 수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는 측근 인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한 데다 (병세가)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1차 정권 당시인 2007년 9월 사퇴를 발표했던 가장 큰 요인도 궤장성 대장염 악화였다. 아베 총리는 사퇴 이후 각종 인터뷰를 통해 17세 때 궤양성 대장염이 발병했으며 1998년에는 증상이 악화해 3개월 간 입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09년 ‘아사콜’이란 신약 개발로 건강을 회복하면서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다시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궤양성 대장염은 후생노동성이 지정한 난치병 중 하나라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악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복통과 발열, 체중 감소로 이어지고 약을 통해 증상 억제가 가능하지만 완치가 불가능하다. 슈칸분슌은 아베 총리가 아사콜 이후 다른 약을 시험해 왔고, 지난 17일 병원 검사 당시 과립공흡착제거요법(GCAP) 시술을 받은 것 같다는 병원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만약 GCAP 시술도 효과가 없다면 최종적으론 대장 적출 수술을 하게 된다고 의료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이와 관련, 궤양성 대장염 악화의 원인 중 하나는 정신적 스트레스인데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쫓겨왔던 아베 총리도 같은 이유로 휴식을 권유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시바 견제' 위한 움직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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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스트 아베'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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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베 총리의 병세가 총리 직무와 치료를 병행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총리임시대리로 내각을 이끌며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까지 정국을 관리하게 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 대표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자민당에선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선거 국면으로 돌입한다.

이와 관련, 당내에선 최근 참의원과 중의원 양원 총회를 통해 새로운 총재를 선출하는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자민당 규칙에는 원칙적으로 의원과 당원 투표로 당 총재를 선출한다. 그러나 긴급을 요구하는 경우 당 대회를 열지 않고 양원 총회로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다. 이처럼 의원 투표로 당 총재를 선출하는 방안이 급부상하는 배경에는 아베 총리의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의 총재 선출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와 맞붙었던 2012년과 2018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원 투표에서 강점을 보였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적합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 등 당 주류들은 그에 대한 반감이 크다. 아베 총리 퇴임 후에도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물려줄 이유가 없다. 문제는 당초 후계자로 점 찍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 정조회장의 대중적 인기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시바 전 간사장을 상대하기 위해선 기시다 정조회장 대신 정권의 '위기대책반장'인 스가 장관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급부상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지난 6월 17일 정기국회 폐회 이후 아베 총리가 두문불출하는 동안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관광 활성화 정책인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을 지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 응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아소 부총리는 중의원 해산 시점 등에 대한 이견과 최근 스가 장관이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잇단 회동으로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그도 기시다 정조회장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스가 장관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면서 내년 9월까지 ‘코로나 대응 잠정정권’을 조건으로 아베 총리의 후계자로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슈칸분슌은 전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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