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ㆍ질서' vs 바이든 '정의 실현'
경합지 위스콘신 민심잡기 경쟁도 가열
24일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법원 앞에서 시위대가 팔짱을 끼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커노샤=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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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에서 발생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의 과잉 총격 사건이 급격히 대선 쟁점화하는 분위기다. 그렇잖아도 대표적인 경합지 중 한 곳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 기조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공권력 남용' 비판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시위 정국은 백인 소년의 총격에 2명이 숨지는 유혈사태로까지 번지는 등 악화일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우리는 미국 거리에서 약탈ㆍ방화ㆍ폭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법ㆍ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연방 법 집행관들과 주방위군을 커노샤에 보낼 것"이라고 썼다. 이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재지명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우리는 모든 인종과 신념, 피부색의 미국인들을 위해 이 나라의 거리에서 법과 질서를 갖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히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강경대응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트위터 글에서 블레이크의 부모와 누이 등과 대화를 나눈 사실을 공개한 뒤 "블레이크 가족에게 정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종차별의 희생자부터 보듬어 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여러분이 이 나라의 흑인 부모 입장이 되어 보라"면서 "이게 우리가 원하는 미국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불필요한 폭력은 우리를 치유하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힘을 모아 평화적으로 정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폭력 자제도 호소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도화선이 됐던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부터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시종일관 강경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이에 비해 바이든 후보는 경제ㆍ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끄집어내며 미국 사회의 각성과 개혁을 촉구했다.
사실 양측의 접근법은 공히 자신의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 이는 위스콘신이 대선의 판세를 가르는 대표적인 경합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4년 전 대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불과 0.7%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면서 대의원 10명을 독식했다. 최근엔 바이든 후보가 5%포인트 가량 앞서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전날 발생한 17살 백인 소년의 시위대를 향한 총격 사건은 미국 사회의 화약고인 인종차별 문제가 대선 정국에서 '폭발'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맞서기 위해 백인들이 조직한 민간수비대 소속임이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시위대에 대한 백인들의 반감이 자칫 무장세력화로 이어질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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