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지도부, 신속 선출 추진
'이시바 떨어뜨리기' 밀어붙여
내달 15일께 당 총재 뽑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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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병으로 퇴임을 결정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아베의 입'으로 통했던 스가 관방장관이 유력한 후보자로 떠올랐다. 스가 관방장관은 그동안 대외 정책에서 아베 총리와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라는 점때문에 한·일 관계의 즉각적인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의 뒤집기 가능성도 있어, 한·일 관계 개선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차기 일본 총리는 늦어도 9월 15일에는 확정된다. '관계 개선이냐, 답보상태냐, 악화일로냐.' 양국 관계의 미래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투표 없이 차기총리 신속 선출
30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은 당원 대표를 배제한 양원(중원, 참원)의원 총회 투표 만으로 후임 자민당 총재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끼리 일본 총리가 될 자민당 총재를 선출하는 것으로, '간이형 선출', '패스트 트랙'이다. 자민당 지도부는 현재 아베 총리가 갑작스럽게 사임한 상황, 코로나19로 방역 대응이 긴박하다는 이유를 들어, 자민당 지도부는 신속 코스인 양원 총회 선출을 밀어붙이고 있다.
아베 총리의 '정적', '맞수'인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을 떨어뜨리기 위한 선출구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원 지지율은 높으나, 당내 기반(이시파바 19명)이 약하다. '밀실정치'라는 비판이 자연히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선출 방식 하에서는 현재 총리 관저의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기시다파 47명)이 유리하다. 아베 총리가 속한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 아소파(54명), 다케시타파(54명), 니카이파(47명)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정가에 정통한 한 인사는 본지에 "스가 관방장관이 지속적으로 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에게 차기 총리가 되도록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아베의 입'으로 불렸던 스가 장관은 이날 차기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며, 가장 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계자로 급부상했다.
무파벌인 그가 출사표를 던졌다는 것은 확실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스가 장관이 니카이 간사장의 지원 하에 차기 총리가 될 경우, 향후 한·일 관계에 있어 친한파·친중파인 니카이 간사장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사실상 아베 총리 섭정 체제로 갈 경우, 한·일 관계는 한발짝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에 선출될 총리의 임기는 1년(2021년 9월까지)이다. 아베 총리의 중도 사임으로 잔여 임기 만큼만 총리직을 수행한다. '1년 짜리 과도 정부'다. 때문에 현상 유지 정책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은 지난 4월 본지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도 불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총론은 이러하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신(新)국방족' 답게 안보와 연결된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강경하다. 대북 대화 정책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과는 접점이 약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아베 정권이 취한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안보문제임을 들어, 반(反)아베 선봉장이면서도 아베 정권 편에 섰다. 징용 문제 역시 기존 아베 정권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사회의 대체적 시선과 일치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이상이 "잘 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은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지 않더라도, 악화 속도를 조절할 만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가 속한 파벌 자체가 극우와는 거리가 있다. 자민당 내 대표적인 온건 합리파다.
■日사회 분위기, 국제구도가 변수
아베 1강 독주체제 자체가 특출났을 뿐 자민당은 기본적으로 파벌간 집단지도체제에 가깝다. 더욱이 이번 선거 구도는 여파 파벌의 지원이 없으면 정권을 잡기 어렵다. 특정 인물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 보다는 전체 자민당과 일본 사회의 분위기에 좌우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시적으로는 징용 문제라는 난제가 있고, 거시적으로는 중국의 부상, 한국의 성장이라는 힘의 재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한·중의 성장에 일본의 동북아 지역 패권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힘의 쇠퇴에 대한 불안심리, 이 구도하에서 한·일 관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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