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추미애 비판 검사들 밀려났다…좌천 코스 변질된 인권감독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국무회의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며 검찰개혁 후속조치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청와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인권 강화 기조 속에 신설된 검찰 인권감독관이 '좌천' 코스로 변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인권감독관은 한직으로 좌천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정책을 비판한 검사들은 대거 인권감독관에 임명됐다.

추 장관이 지난 27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자리를 옮기는 인권감독관 18명 중 17명이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9명), 고검(6명), 법무연수원(1명), 다른 지검의 인권감독관(1명)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대검 양형정책관에 임명된 최성국(사법연수원 30기) 부산지검 인권감독관만 좌천 인사에서 제외됐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인권감독관 18명 중 17명이 좌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에 대한 진정 사건을 맡았던 이용일(28기)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은 서울고검 검사로 이동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6월 진정 사건을 이 인권감독관에 맡기려하자 여권 일각에선 "윤 총장과 함께 수사했던 특수라인"이라며 윤 총장과 이 인권감독관을 동시에 비판했다. 그는2018년 출범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법무팀장을 맡아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이영림 서울남부지검 인권감독관이 지난 6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 경영진 등의 비리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을 다루는 저들의 방식에 분개한다"고 썼던 이영림(30기) 서울남부지검 인권감독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이 부장검사의 좌천은 법무부의 형사부 검사 우대 기조와도 맞지 않다는 평가다. 이 인권감독관은 2013년 검찰총장 표창, 2017년 법무부 장관 표창에 이어 2018년 상반기에 우수형사부장(당시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선정된 자타공인 기수 에이스다. 이밖에 위성국(28기) 서울동부지검 인권감독관은 서울고검으로, 최성완(29기) 서울서부지검 인권감독관은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이지윤(30기)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도 대구지검 중경단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장관에 쓴소리한 검사들, 인권감독관 발령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직제개편에 쓴소리를 했던 검사들은 인권감독관으로 전보 조처됐다. "직제개편안은 검사가 만든 것인가. 일선 형사·공판 업무 실질을 알고나 만든 것인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정유미(30기) 대전지검 형사2부장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으로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장,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등 추 장관이 강조한 '형사·공판통' 코스를 밟았음에도,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다.

지난 2월 한 막내 검사가 추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같은 생각과 의문을 갖고 있다"며 동조 댓글을 달았던 박재억(29기) 포항지청장도 서울서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지청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 장관의 대변인을 맡았다. 그런데도 검찰개혁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다.

중앙일보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추 장관이 '채널A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이번 지휘가 부당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돼 의견을 밝힌다"며 장문의 글을 이프로스에 올린 김수현(30기) 부산지검 형사1부장은 제주지검 인권감독관에 임명됐다.

지난해 대검 감찰1과장으로 윤 총장을 보좌했던 신승희(30기) 인천지검 형사2부장은 울산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발령받은 뒤 사의를 표했다. 드루킹 특검팀이었던 장성훈(31기) 안산지청 부장검사도 고양지청 인권감독관으로 발령이 나자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근무했던 전양석(30기) 대전지검 형사1부장은 부산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권감독관, 검찰 장악의 걸림돌"



2017년 신설된 인권감독관 제도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검찰 인권 기능 강화 방침에 힘입어 전국으로 확대됐다. 검찰청별로 발생한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사건 조사를 전담한다. '수사'라는 부담스러운 형식을 피하면서도 당시 '검찰 수사 과정' 전반을 조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됐다. 수사·공보 분리 원칙에 따라 일선지검의 공보 역할도 담당하는 요직으로 분류되면서 신설 이후 한동안은 에이스 검사들이 대거 발탁됐다.

하지만 점차 검찰 인사에서 인권감독관이 좌천성 인사의 새로운 루트가 됐다. 대검 인권부도 법무부가 주도한 직제개편에 따라 최근 폐지됐다. 여기엔 한 전 총리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 장관은 대검 인권부에 한 전 총리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윤 총장과 마찰을 빚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한 전 총리 진정 사건 이후 추 장관과 법무부가 인권감독관을 검찰 장악의 걸림돌로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비수사부서인데다 정부까지 인권감독관을 홀대하면서 한직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