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전격 사임을 발표한 아베 신조 총리 후임으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급부상하면서 총재선거에 영향력이 높은 주요 파벌의 지원을 얻기 위한 후보들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30일 출마 의사를 밝힌 스가 관방장관은 빠르게 지지 세력을 늘려가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47명)에 이어 31일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가 이끄는 2위 파벌 아소파(54명)도 스가 관방장관 지지를 선언했다. 일본 언론들은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가 누구를 지지할지에 따라 판세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총리는 호소다파에 속해 있다. 30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31일엔 스가 관방장관이 호소다파 회장인 호소다 히로유키 전 자민당 간사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31일 아베 총리를 만나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차기 총재 임기가 1년 남짓인 상황에서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가 스가 관방장관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1년간 스가 관방장관이 비상내각을 맡도록 한 뒤에 내년 선거에서 각 파벌의 유력 후보를 내세워 3년 임기의 총재를 뽑으려 한다는 것이다. 자민당 원로 의원은 "'스가 대망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총리 후보 1순위로 거론돼 왔으나 여론 지지도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1일 내놓은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감으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을 꼽은 사람이 28%로 가장 많았다. 자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시바 전 간사장이 28%로 1위였으며 뒤를 이어 고노 다로 방위상(18%), 스가 관방장관(16%) 순이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9%로, 39세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13%)에게도 뒤졌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일반 국민이나 당원 조사에선 인기가 높지만 당내 조직력이 떨어진다. 국회의원과 전국대표들이 참여하는 양원총회를 통한 약식선거에 반대하는 이유다. 이시바 전 간사장 주변에서는 "양원총회를 통한 선거가 이뤄지면 불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여론조사 결과에 자신감을 얻은 이시바 전 간사장이 1일 출마 선언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31일 보도했다. 선출 방식은 니카이 간사장에게 일임된 상태며, 1일 정식 결정된다. 14일 양원 총회를 거쳐 총재를 결정하고 17일 국회에서 총리지명선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차기 총리에게 필요한 덕목(복수응답)으로 지도력(45%), 국제감각(38%), 또 아베 총리 정책 중 계승해야 할 것으로 코로나19 대응(44%), 아베노믹스 등 경제정책(38%)을 꼽았다. 스가 관방장관 옹립설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가 장관은 2차 아베 내각 7년8개월 동안 관방장관을 지냈다. 그만큼 코로나19 대응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이 강점이다. 여기에 지난해 새 일왕의 연호(레이와)를 발표해 '레이와 오지상(아저씨)'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국민적 인지도도 높아졌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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