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독자들이 민주당 후보 덜 지지하도록 유도하는 기사 유포…미국인 기자도 채용
페이스북 로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러시아 정보원 조직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미국 좌파 유권자들의 지지도를 약화시키기 위한 기사를 유포하다 적발됐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러시아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와 연계된 가짜 계정 13개와 2개 페이지 등 소규모 그룹을 적발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IRA는 러시아 정부가 후원하는 일종의 댓글 공작 부대로, 2016년 미 대선 때 이 단체가 후원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수백만건의 조회 수를 올리기도 했다.
이 러시아 정보원들은 미국인 기자까지 채용해 좌파 성향의 독자들을 겨냥해 인종적 정의나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등의 주제에 대한 기사를 써왔다고 페이스북은 설명했다.
CNN은 이번 사안이 "IRA로 알려진 러시아 댓글 부대가 2020 대선에 간섭하고 불화를 일으키기 위해 미국인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처음으로 공개된 증거"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원들은 페이스북에 가공의 인물을 만든 뒤 '피스 데이터'(Peace Data)라는 신규 사이트로 사람들을 유인했다.
자칭 '글로벌 뉴스 조직'으로 묘사한 피스 데이터는 "전 지구적 이슈를 조명하고 부패와 환경 위기, 권력 남용, 무장 충돌, 행동주의, 인권 등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스스로를 선전하며 진보 성향 뉴스 매체로 포장했다.
피스 데이터가 페이스북에 올린 기사 중에는 극우 민병대 운동인 '부걸루'(Boogaloo) 활동에 대한 것도 있었는데 그 제목이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미국의 극우가 성장하고 있다"라고 돼 있었다.
페이스북으로부터 미리 데이터를 받은 네트워크 분석회사 그래피카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원들의 공작은 소규모였지만 좌파 유권자들에게 호소해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약화하려는 과거의 시도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공격의 타깃 중에는 바이든 대선 후보, 해리스 부통령 후보도 있었고, 일부 게시물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그때도 표적 독자층은 민주당 성향의 사회주의자, 환경주의자, 불만을 품은 민주당원들이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래피카 관계자는 "공작은 민주당 지지자들을 분열시키고 바이든-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침체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 현지인들을 그들도 모르는 새 끌어들이는 것이 해외 허위정보 공작의 주요 전략이 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스탠퍼드 인터넷 관측소 관계자는 "언어와 문화에 유창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공작임을 노출할 수 있는 실마리를 피하게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들 허위 계정·페이지를 조기에 적발해 대규모 독자층이 형성되는 것을 막았다며 올해 미 대선을 앞두고 해외의 허위정보 공작을 단속하는 자사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제공한 제보의 결과다. 또 2016년 대선 후 러시아 IRA 및 이 단체와 연관된 개인과 관련돼 있으면서 페이스북이 중단시킨 10여개 공작 활동 중 하나라고 WP는 전했다.
페이스북의 보안정책 책임자 너새니얼 글라이셔는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숨기는 데 더 능란해졌다.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점점 더 작아졌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또 미국 홍보 대행사 'CLS 스트래티지'와 연루된 가짜 뉴스 그룹도 단속했다고 밝혔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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