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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아베정권 2인자→1인자 스가 임박…’아베노믹스 2.0’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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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김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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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베'가 유력해진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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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차기 총리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유력해졌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지지를 확보하면서다. 스가 장관은 아베 신조 총리의 주요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는 한편 이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 2.0’ 시대가 예고되는 것이다.


5파벌 지지 확보한 스가, 당선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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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자민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를 비롯해, 아소파(54명), 다케시타파(54명), 니카이파(47명), 이시하라파(11명) 등 5파벌이 스가 장관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당내 젊은 의원들은 이번 선거에서 지방 당원 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이들의 이탈을 감안해도 무파벌(64명) 의원 중 스가 장관을 따르는 의원 30명까지 포함하면 당선은 유력한 상황이다.

당초 7명의 '포스트 아베' 후보가 난립했지만 현재 스가 장관을 비롯해 이시바 시게루 자민단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으로 후보군이 압축된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스가 장관이 확보한 자민당 의원표가 284표(약 72%), 요미우리신문은 294표(약 75%)라고 추정했다. 전체 투표수의 과반이 넘는 53~55%의 지지를 확보한 것이다.

이번 투표는 오는 14일 치른다. 이날 차기 총리가 결정되는 셈이다. 스가 장관은 2일 오후 출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아베 신조 총리가 전력으로 추진한 것들을 확실히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내 모든 힘을 다할 각오”라고 말하며 기존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스가 장관의 기자회견에 대해 "마치 아베 총리의 발언을 듣는 것 같다"는 현장 기자들의 평가를 전하며, 어떤 답변은 관방장관으로서 하던 답변과 비슷했다고 썼다.


아베노믹스 2.0 시작,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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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가운데)이 자민당 차기 총재에 당선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경쟁후보인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왼쪽),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오른쪽)도 마지막까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두 후보는 아베노믹스의 단점을 부각하며 중장기적으로 경제정책을 바꿀 것을 예고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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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장관의 이같은 입장표명에 따라 아베 총리의 정책은 그대로 계승 및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아베노믹스 2.0’이라고 표현했다. 자민당 총재가 결정된 이틀 뒤인 16일 일본 임시국회에서 총리가 지명된다.

스가 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선 아베노믹스를 두고 “버블붕괴 후 최상의 상태까지 올라왔다”면서 “근본적으로 경제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경쟁자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노믹스는 평가해야할 점이 많다”면서 “개인 소득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아베노믹스를 두고 중산층과 중소기업에는 성장의 과실이 닿지 않았다면서 “낙수 효과가 실감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3명의 후보 중 아베노믹스를 그대로 이끌어갈 주자는 스가 장관 한명 뿐인 셈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아베 총리가 2012년 재집권 이후 이듬해 △양적완화 △재정지출 △구조개혁 등 3개의 '화살'을 쏘며 '아베노믹스'를 실시해 초기에는 효과를 봤다고 평가하면서도 '세번째 화살'은 큰 성과가 없었다고 했다. 또 일본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해 큰 전후 최악의 침체에 빠지면서 아베노믹스의 나머지 효과도 사라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스가 장관은 보다 적극적인 재정 지출 및 세출 개혁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완화 정책도 유지할 방침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시장은 벌써부터 차기 총리의 경제정책 방향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닛케이는 지난달 30일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경제 정책 설명회에는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50명 이상의 해외투자자들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선 각 후보자별 당선 확률과 경제 정책 차이, 차기 총리 집권 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거취 문제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아베노믹스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주가 상승 역시, 2018년부터는 주식 순매수 금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한때 20조엔 가량 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어왔지만 현재는 3조엔 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스가 장관이 주가 부양에도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1일 자민당이 지방 당원표 반영을 크게 줄이는 약식 선거를 결정하자 주식 시장은 스가 장관 당선 가능성 기대감을 반영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아베 정권이 통신요금을 최대 40%나 내리라고 압박했는데, 이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통신 관련주는 5% 가량 하락했다.


여전한 변수….구로다·美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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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총리가 누가될지도 중요하지만, '아베노믹스'의 상징으로 꼽히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유임될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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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문가들은 스가 장관이 총리직을 물려받을 지라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거취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제평론가 사이토 만은 주간아사히에 “구로다 총재는 아베 총리와 함께 엔화 약세·주가 상승으로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표로 한 아베노믹스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라면서 “금융 정책의 근간이 바뀌지 않으면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구로다 총재가 바뀔 경우) 방향성 만큼은 불안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라쿠텐증권 경제연구소의 가가와 무츠미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중심의 재정 투입과 금융 완화 장기화 노선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불안 요소를 오는 11월 미국 대선으로 꼽았다.

아베 신조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호 관계에 있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 재선 성공시 후임 총리가 이같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시에는 양국 외교 관계가 더욱 전망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구로다 총재도 사임하는 최악의 경우엔 연말 닛케이225지수는 2만선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우치다 미노루 수석 애널리스트는 “갑작스러운 총리 사임에 시장이 놀라긴 했지만 기존에도 미일 금리차는 축소하고 엔고 압력이 높았다”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커질 경우 순식간에 엔고 및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일본 경제가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김주동 기자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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