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보수 정치를 표방하며 올해 여름 `Z세대 공화당`(Gen Z GOP)을 결성한 20대 공화당원들. 왼쪽부터 라이언 두셋, 마이크 브로도, 존 올드, 새뮤얼 가버. [사진 제공 = Gen Z GO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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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적 논쟁들은 극단적이고 역겨워요. 공화당이 제대로 일하지 않아 민주당에 투표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바꾸려합니다" 20살 마이크 브로도 씨의 말이다. 정작 필요한 정책은 뒤로하고 진보와 보수로 편 가르려드는 나이든 세대의 '분열의 정치'에 신물이 난 건 한국 2030세대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는 11월 대선·연방 의회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는 이른바 'Z세대'로 불리는 20대들이 새로운 보수 만들기 운동에 나섰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이 만든 'Z세대 공화당'(Gen Z GOP)이 '청년=진보'라는 정치적 고정 관념을 깨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과 CNN방송은 'Z세대 공화당'이라는 20대들의 보수 정치 운동을 소개했다. 미국 워싱턴 D.C.소재 조지타운대학교 3학년 학생 브로도씨가 운영진으로 있는 이 단체는 앞서 2012년 만들어진 이래 민주당원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비하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을 적극 지지하면서 혐오 정서를 부추겨온 극우 청년단체인 '터닝포인트 USA'(TPUSA)와 성향이 다르다.
브로도씨는 "보수적인 청년들에게도 우리가 원하는 주제를 토론하고 고민하는 정당이 필요하다"면서 "Z세대 유권자들의 관심사는 기'후변화·인종 차별·의료 복지 사각지대' 문제인데 공화당이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에 투표해야하거나 투표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3일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연방 의회 선거가 동시에 이뤄진다. 상원은 100석 중 3분의 1가량인 35석, 하원은 435석 전원을 새로 뽑는다.
'트럼프 강경 외교정책'을 주도하는 마르코 루비오(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실에서 활동했던 브로도씨와 다른 20대 공화당원 세명이 올해 여름 결성한 'Z세대 공화당'은 20대들이 만든 단체답게 지난 7월 말 트위터를 통해 출범을 알렸다. 이후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을 통해 '공화당원들, 우리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처음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당시 팟 캐스트에서 이들은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의 정치 체제가 무너졌고 공화당은 권위주의적인 포퓰리즘(증오와 선동을 통한 인기에 연연하는 정치)에 납치 당했다"고 지적했다.
`Z세대 공화당`은 다양한 지역에서 온 흑인·히스패닉계 20대들이 합류했다. [사진 제공 = Z세대 공화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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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공화당'은 백인 20대 남성들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외면받을 것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지역에서 온 흑인·히스패닉계 20대들이 합류했다. 단체에서 외교정책 국장 역할을 맡고 있는 22살 대학생인 재본 프라이스씨는 2일 CNN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서 흑인이나 아시아·히스패닉계가 본질적으로는 더 보수적인 면이 있다"면서 "나는 흑인이지만 지금의 공화당이 흑인을 무시한다고 보지만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이 사회적 소수 집단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며 우리는 그런 공화당을 바꾸려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봤을 때 미국 민주당은 진보, 공화당은 보수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진보적인 세대로 통하는 20~30대 청년층이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시카고 대학 산하 젠포워드 여론조사기관이 만18~36세 미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성향을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자신이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경우는 34%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22%는 공화당 지지, 29%는 독립(무소속)이라고 답했고 나머지는 무응답이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Z세대 공화당'소속인 아메리칸대학 4학년 학생 엘리 칼리스(21)씨는 CNN인터뷰에서 자신이 '젊은 보수'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화당이 혐오의 정서를 자극하는 정치적 언어를 남발하는 것이 싫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면서 "민주당이 자신들만이 기후 변화·인종 차별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것처럼 구는 것도 매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는 20대라 하더라도 대선 후보 선호도는 제각각이다. 브로도씨는 같은 날 NPR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려면 완전히 180도 달라져야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은 지금 당장으로서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 대선 주자)를 지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애리조나 주립대학 1학년 학생인 그레이스 클라인(18)씨는 NPR인터뷰에서 "학교 안에서 트럼프 모자(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홍보 모자)를 쓰면 비난 받겠지만, 내 생애 첫 대선에서 난 100%트럼프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일부 정책과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하지만 나는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부 장관(공화당 출신 흑인 정치인)과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위스콘신 주 커노샤와 오리건 주 포틀랜드 등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대선에서는 시위를 '폭동'에 묘사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점치는 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모양새다. 2일 로이터는 영국 도박 베팅업체 벳페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치고 승리하는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벳페어에서는 지난 1일 하루 새 1만 파운드(약 1600만원) 넘는 베팅이 4건 나왔는데, 이 중 3건이 트럼프의 당선을 택했다. 지난 주말에는 트럼프 승리에 5만 파운드를 건 베팅도 나왔다.
앞서 지난 달 31일 월가 투자은행인 JP모건도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총괄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열리는 이번 대선 토론회는 1960년 이래 가장 중요한 대선 토론이 될 것"이라면서 "지난 1960년부터 1972년까지 시위·선거 결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위라 하더라도 평화적 시위인 경우 민주당 지지율이 2~3%올라갔지만, 폭력적 시위인 경우 오히려 공화당 지지율이 2~8% 올라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폭력적으로 번지는 인종차별 시위 상황을 보면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재선되는 경우 ESG(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투자 포트폴리오도 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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