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협상 부진하자 '탈퇴협정 무력화' 으름장…존슨 "10월 15일까지 합의해야"
EU "탈퇴협정은 국제법에 따른 의무…영국 이행할 것이라고 믿어"
영국, EU 탈퇴 (PG) |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은 지난 1월 말 명목상 브렉시트를 단행했지만 연말까지 설정된 전환(이행)기간에는 기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 혜택을 유지한다.
양측은 전환기간 내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지만, 최근까지 진행된 7차 협상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은 미래관계 협상 결렬 가능성이 커지자 기존 EU 탈퇴협정 일부 조항을 지키지 않겠다며 EU 측을 압박했다.
미래관계가 합의되지 않을 경우 전환기간 종료 후 사실상 '노 딜'(no deal) 상태로 EU를 완전히 떠나게 되는 만큼 기존 합의 사항 중 일부를 무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는 오는 9일 '내부시장법'(The internal market bill)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법은 지난 7월 공개된 보고서에 토대를 둔 것으로,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간 뒤에도 영국 내 4개 지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이 단일한 통상규칙 아래 운영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문제는 영국 정부가 해당 법안에서 EU 탈퇴협정에서 합의된 일부 내용을 뒤집거나 삭제하려는데 있다.
앞서 영국은 EU와의 협상 합의에 도달한 뒤 지난 1월 말 회원국에서 탈퇴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크게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 거주권리 등 이혼조건에 관한 'EU 탈퇴협정'과 전환기간에 진행될 미래관계 협상의 기본토대에 관한 '미래관계 정치선언'으로 이뤄졌다.
이중 EU 탈퇴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적 조약으로, 영국은 EU 탈퇴협정법을 통해 이를 국내법으로 소화했다.
영국 정부는 EU 탈퇴협정 중에서도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상품과 농식품, 동물 등의 통관 및 검역과 관련한 내용, 영국 기업에 관한 국가보조금 관련 내용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내부시장법에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아일랜드와 영국 내부 시장에 최대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의 우선사항은 벨파스트 평화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의 큰 이점을 지키면서도 영국 연합왕국에서의 북아일랜드 자리를 지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위원회를 통해 북아일랜드 관련 협약의 미해결된 이슈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신의를 갖고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책임 있는 정부로서 우리는 북아일랜드 지역사회를 보호하지 못하는 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fall back option)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영국 정부의 입장은 오는 8일부터 런던에서 열리는 미래관계 8차 협상을 앞두고 EU 측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양측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기존 EU 탈퇴협정도 지키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이날 10월 15일을 미래관계 협상 합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존슨 총리는 "우리가 그때까지 합의하지 못한다면 자유무역협정이 없을 것이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인 채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
그러나 영국 정부가 실제로 EU 탈퇴협정 일부 조항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U 탈퇴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조약인 만큼 이를 일방적으로 어길 경우 국제사회에서 영국 정부에 대한 신뢰에 손상을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집권 보수당이 하원에서 절반을 훌쩍 넘는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존슨 총리가 이같은 방안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영국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나는 영국 정부가 탈퇴 협정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해당 협정은 "국제법에 따른 의무이자 미래 협력 관계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영국 정부가 EU 탈퇴협정 일부 조항을 무시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매우 현명하지 못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영국과 EU가 이번 8차 협상을 통해 입장차를 줄인 뒤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협상 합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서둘러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총리실은 "총리와 대통령은 이번 달에 진전을 만들어야 하며, 협상을 신속하게 결론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트위터를 통해 존슨 총리와 브렉시트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에 관해 "매우 좋은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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