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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런말저런글] 독일의 신호등연정? 열쇠는 계약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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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새 연방의회와 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이 내년 2월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신호등연정(Ampelkoalition)이 깨져, 예정보다 7개월 이른 조기 선거를 한다는 것입니다. 둘 이상의 정당이 손잡는 연정(연립정부)은 알겠는데, 신호등은 무엇일까요. 연정 주체인 사회민주당(SPD), 자유민주당(FDP), 녹색당의 상징색이 신호등과 같은 빨간색(적), 노란색(황), 녹색(녹)이어서 생긴 조어입니다. 독일의 또 다른 상징인 암펠만(Ampelmann. 신호등맨)의 아이콘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적황녹이 세네갈 국기 색과 같아서 세네갈연정이라고 부르는 소수파가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연정의 단골 다수 정파인 기독민주당(CDU. 검은색)을 포함하여 다양한 조합의 연정 조어가 통용됩니다. 흑황녹은 자메이카, 흑적녹은 케냐, 흑적황은 독일 연정이라는 식입니다. 세네갈의 예처럼 각 나라의 국기 색에 비유한 작명입니다. 인구 1천만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에서는 녹색당이 주도하고 CDU가 소수당으로 가세한 키위(녹색 과육에 검은색 씨) 연정이 구성되기도 했습니다. 독일은 16개 주의 연방국으로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 정부에서도 갖가지 연정 형태를 보이는 '무지개' 연정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연정의 열쇠는 연정계약서(Koalitionsvertrag)입니다. 조율된 정책과 각료 배분을 꼼꼼하게 기록한 문서입니다. 붕괴한 신호등연정도 [더 많은 진보를! 자유, 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동맹]이라는 제목의 144쪽 계약서(SPD 홈페이지 게시 PDF 파일 기준)를 만든 바 있습니다. 의회정치의 본령이 대화와 타협임을 곱씹게 됩니다.

오랜 전통의 정당과 정당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 배분의 수학적 선거제도로도 잘 알려진 독일 정치 무대에서는 자매정당(Schwesterpartei)이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됩니다. 콘라트 아데나워와 앙겔라 메르켈 같은 정치 지도자가 몸담았던 기독민주당의 자매정당이 바로 기독사회당(CSU)입니다. CSU는 바이에른주를 기반으로 하는 CDU의 자매정당으로, CDU와 원내 교섭단체를 함께 꾸리는 단일세력으로 분류됩니다. 이들 두 당을 한데 묶어서 우니온(Union)으로 통칭하는 이유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총선 때 주류 정당이 급조한 별도의 비례 표 정당을 두고 자매정당이니 위성정당(satellite party)이니 했지만, 복제정당(clone party)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확하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독일 연방정부와 정당 홈페이지에 실린 신호등연정 계약서(https://www.bundesregierung.de/breg-de/aktuelles/koalitionsvertrag-2021-1990800 등)

2. 두덴옥스퍼드 독영ㆍ영독 대사전(2005년판)

3. 만프레트 G. 슈미트, POLITICAL INSTITUTIONS IN THE FEDERAL REPUBLIC OF GERMANY, 옥스퍼드대학출판사, 2004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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