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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기자수첩] 정부의 집값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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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7ㆍ10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상승세가 거의 멈춘채로 지속되고 있다. 매수심리 지수가 많이 떨어졌고 실거래가도 고점대비 하락하는 등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발언이다. 김 장관의 이 발언은 전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상당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거래가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많이 완화됐다"는 발언의 연장선이다.


부동산 정책을 이끄는 두 부처 수장의 발언을 놓고 말이 많다. 그동안 집값이 급등할 때마다 "일시적, 국지적 현상"이라거나 심지어 "가짜 뉴스"라고까지 의미를 축소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홍 부총리가 일부 값이 떨어진 실거래 사례만 콕 집어 집값 하락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아전인수격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통계를 보더라도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직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지역은 전무하다. 서초ㆍ송파구가 보합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조차도 일부 대형단지는 여전히 신고가를 기록중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단기적 보합세로 집값의 방향성을 예단하기는 섣부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정부가 집값 조바심에 '현장을 모르는게 아니라 보고싶은 것만 보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집값이 5억원 오른후 1억원 내리면 4억원 오른거지 누가 1억원 내렸다고 보나"라며 "정부가 원하는 구간의 통계만 사용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기자와의 대화에서 "정부의 부동산 낙관론은 정책결정자의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에 기인한다"고 했다. 현실과 괴리된 정부의 시장 인식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그 원인 분석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인지부조화는 믿고싶은 게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경우 이것을 일치하도록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는 '확증편향' 성향이 강할 경우 이 같은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집값 조바심에 확증편향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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