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부동산시장이 안정됐다”면서 꺼낸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사례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주택시장 통계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
전날 홍 부총리는 서초구 반포자이, 송파구 리센츠,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각 지역 ‘대장주 아파트’를 예로 들며 “실거래가가 최고 4억원까지 하락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장 공인중개업계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실상 이 자료들은 이례적으로 가격이 급락한 일부 거래를 정부가 ‘체리피킹(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식으로 뽑아낸 것들이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매도자는 다주택자 또는 법인이 내놓은 급매물이고, 매수자 역시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매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수요자들이 부동산에서 언제든 쉽게 볼 수 있는 매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설령 위 사례 가운데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진 실거래가 있었다고 해도 부총리까지 직접 나서서 ‘집값이 안정됐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지난 7월 초 28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반포자이(전용면적 84.94㎡)가 지난 8월 중 24억4000만원까지 4억원 넘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그사이에 이뤄진 두 번의 매매계약에서는 실거래가가 각각 27억원, 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매매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한두 건의 거래를 놓고 전체 시세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층수나 동 위치, 인테리어 등에 따라 같은 평형대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재 반포자이 인근 중개업계에서 전용 84.94㎡ 호가는 28억~31억원을 유지한다. ‘8·4 공급대책’발표 이후 특별한 가격변동은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상승률’ 질문에 “(한국)감정원 통계로 11% 올랐다”고 대답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기존 통계를 놓고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나오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5억4200만원 늘린다고 밝혔다. 오는 2021년부터 주간조사에 활용되는 아파트 표본은 현행 9400가구에서 1만3720가구로, 약 46% 증가한다.
하지만 통계 표본 확충에 앞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더 시급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장전문가는 “실수요자들의 고통은 정작 외면하고, 보고 싶은 통계만 봐왔던 정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제 빅데이터의 시대이고, ‘재야의 부동산 고수’들이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왜곡된 통계를 활용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정책으로는 효과도 없을뿐더러 시장의 반발만 더 커질 뿐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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