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단순히 설명한다면, 집값과 전월셋값의 대세는 주택의 존재총량과 주택에 대한 거주수요총량이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의 경제성장으로 거주 수요의 질이 고급화되는 추세가 진행돼왔다. 이에 따라 일자리, 교통, 교육여건, 생활인프라 등이 좋아 인구가 집중되는 주요 지역의 아파트에 대한 거주수요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
한편 해당 아파트의 존재총량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규 건설공급분만큼 증가하는데, 그 신규 공급은 부지 부족 문제로 충분히 이뤄지기가 어려워 거주수요총량 증가분에 못 미쳤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집값과 전월셋값 추세적 상승의 근본적 요인이다. 이렇듯 근본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터에 현 정부 측은 여러 가지 규제로 신규 공급을 억눌러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규모 재개발·건축은 없다”고 선언했고,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사업 수백건을 취소했다. 현 정부 들어 집값과 전월셋값이 급등한 것은 이 때문이다. 현 정부는 이렇듯 스스로 집값 상승을 방조하고서 다주택자의 투기가 그 상승의 주범이라고 지탄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다주택자의 그 ‘투기’는 오히려 집값과 전월셋값 안정에 기여한다. 일단 다주택자의 주택 매수가 전혀 없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근본적 요인에 의해 아파트값이 추세적으로, 예컨대 20도의 각도로 상승하는 경우를 가상해보자. 이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아파트 매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하자. 그러면 초반부에 아파트값은 예컨대 30도 각도로 급상승할 것이다.
그런데 초반부 아파트값 급등은 영리를 추구하는 건설회사들에 아파트를 빨리 신축해 분양하게 할 동기를 강하게 부여한다. 그에 따라 아파트 신규 공급이 빠르게 증가한다. 이러한 신규 공급 증가가 아파트값 상승속도를 종전의 30도에서 10도로 완화시킨다. 이런 메커니즘에 의해 다주택자의 주택 매수는 그것이 없었다면 20도 각도로 상승했을 아파트값을 장기적으로는 10도 각도로 상승하도록 그 상승속도를 완화시키는 의외의 역할을 한다.
다주택자의 주택 매수가 아파트 신규 공급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례는 많다. 건설회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다주택자까지 청약해야 분양이 완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건설회사로서는 다주택자 덕분에 미분양 사태를 피할 수 있고, 다주택자에 의존해 향후의 분양계획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다. .
다주택자는 자신이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를 주택임대차시장에 공급한다. 이것은 전월셋값을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다주택자의 주택 매수는 건설투자에 해당하는 아파트 신규 공급 활성화에 기여하는 만큼 경제성장 촉진에도 기여한다.
통설이나 상식과는 배치돼 당장은 납득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이상의 역설은 진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집값 하강기보다 상승기가 많았다. 그래서 다주택자가 평균적으로 큰 ‘불로소득’을 올려 무주택 서민이나 1주택 중산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다주택자의 주택 매수와 보유에 대해서는 정서적이 아닌 이성적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다주택자를 옥죄어서는 안 된다.
설명은 생략하지만 현 정부가 다주택자와 부자를 겨냥해 내놓은 각종의 투기억제책들은 집값은 제대로 못 잡으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전월셋값을 앙등시켜 무주택 서민을 힘들게 하고, 1주택 중산층도 세금폭탄의 유탄을 맞게 할 것이다. 경제적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재산권 및 행복추구권까지 침해한다.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 신규 공급 활성화가 답이다.
배선영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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