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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T1의 2020 시즌이 끝났다. T1은 9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선발전’ 젠지e스포츠와의 최종전에서 0대 3으로 패했다.
신예들이 중심이 된, 고작 일주일간 호흡을 맞춘 로스터로 젠지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아프리카 프릭스를 1차전에서 꺾어 기대를 높였던 T1이지만 소통 문제, 잦은 실수 등을 범하며 무너졌다.
좋은 시작과 달리 결말은 좋지 못했던 T1의 2020시즌이었다.
2019시즌 ‘드림팀’으로 출범한 T1(당시 SKT)은 LCK 스프링‧서머를 석권한 뒤 롤드컵에 진출했으나 4강에 그쳤다. 이후 ‘칸’ 김동하, ‘클리드’ 김태민 등이 이적을 선택했고 팀의 심장과도 같은 ‘꼬마’ 김정균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불가피하게 리빌딩에 돌입했다.
막중한 임무를 안고 T1의 새 사령탑에 앉은 이는 김정수 감독이었다. 16시즌 삼성 갤럭시를 비롯해 2017시즌 롱주 게이밍(현 DRX), 18시즌 인빅투스 게이밍(IG), 19시즌 담원 게이밍 소속 코치로 4년 연속 롤드컵 진출에 성공한 명장 중의 명장이었다.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T1의 스프링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신예 ‘칸나’ 김창동이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으로 맹활약을 펼쳤고, 팀의 두 기둥인 ‘페이커’ 이상혁, ‘테디’ 박진성이 존재감을 뽐내면서 DRX와 젠지를 꺾고 리그 최정상에 섰다. 중국 팀들과의 국제 무대였던 ‘미드시즌컵(MSC)’에선 아쉬운 결과를 낳았지만 호전적인 경기력으로 서머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서머 시즌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기대 이하의 성과 외에도 선수들 간의 시너지, 기량 등 다양한 면에서 고민거리를 안겼다. 특히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던 건 김 감독의 팀 운영과 리더십이었다.
T1의 들쑥날쑥 했던 서머 시즌 경기력은 1라운드 다이나믹스전 패배로 절정에 이르렀다. MSC를 함께 했던 담원, DRX, 젠지 등이 스프링 시즌과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상위권에 자리한 것과 크게 대비됐다. 이 때 김 감독은 ‘클로저’ 이주현을 투입하는 강수를 던진다.
18세 생일을 막 넘겨 LCK 출전 자격을 얻은 이 신예는, 뛰어난 피지컬을 앞세워 T1의 침체됐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담원을 넘진 못했지만 시즌 최종전에서 DRX를 잡아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와일드카드전에선 신인으로서의 한계를 노출했다. 이날 이주현은 긴장한 티가 역력했고 베테랑 미드라이너 ‘플라이’ 송용준을 상대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문제는 김 감독의 이후 행보였다.
이주현이 부진하자 그는 돌연 이상혁을 투입시켰다. 의아한 선택이었다. 이주현은 2라운드 대부분을 선발 미드라이너로 출전했다. 이상혁의 경우 최근 출전이 앞선 DRX전 2세트에 불과했다. 아무리 큰 경기에 강한 백전노장의 선수라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진데다가 선수들과의 호흡도 온전하지 못한 이상혁을 갑작스레 투입시키는 건 상당히 무책임한 접근이었다.
선발전에서 ‘엘림’ 최엘림과 ‘구마유시’ 이민형을 투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해 농사의 흥망을 결정짓는 롤드컵 선발전에서 김 감독은 ‘커즈’ 문우찬과 박진성을 빼고 신예 둘에게 중책을 맡겼다. 최엘림은 올 시즌 몇 차례 출전한 경험이 있지만 이민형은 LCK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날 것의 신예에 불과했다.
스크림 결과 등 게임단 내부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선발전 1차전에서 아프리카를 잡은 좋은 결과는 차치하고서라도 김 감독의 급작스럽고도 대대적인 로스터 교체는 납득하기가 힘들다. 이는 달리 말해 이상혁을 교체하는 등 2라운드의 다양한 시도들을 스스로 실패라고 규정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로스터가 자주 교체되는 이유로 ‘오더의 불일치’를 짚었다. 기량적인 문제보다 팀적인 호흡이 문제였다면, 이를 시즌이 마무리 될 때까지 해결하지 못한 코칭스태프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이상혁을 플레이오프와 선발전에 투입시킬 것이었다면, 최엘림과 이민형에게 중책을 맡길 계획이었다면 차근차근, 조금 더 앞서 준비해야 했다. 2라운드 상승세의 주역이었던 문우찬, 박진성, 이주현이 갑작스레 로스터에서 제외된 순간부터 T1의 2라운드는 낭비된 시간에 불과했다.
로스터 교체 과정에서 김 감독이 보인 외부 행보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는 복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발언 등으로 분란을 자아냈다. 선발전 1차전 승리 뒤에도 선수들에게 아쉬움을 표했다. 그의 본의가 왜곡돼 전달됐을지라도, 신중함이 부족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김 감독은 앞선 소속팀에서도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비판 받은 적이 있다.
지난 7월 쿠키뉴스는 선수들과 좋은 e스포츠 감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당시 송용준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감독은 선수들의 멘탈을 케어하고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을 다독일 수 있는 것은 결국 감독뿐이다. 이 능력이 좋은 감독과 그렇지 않은 감독을 나누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박진성은 “과거 김정균 감독님은 엄마 같은 스타일이었다. 세심한 성격으로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시는데 되게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러한 기준에서는 김 감독의 올 시즌 행보는 분명 낙제점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성적 부진의 책임이 오롯이 김 감독에게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기량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리그의 새로운 방향성에 발 맞추지 못한 선수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팀 운영에 대한 전권은 감독에게 있다. 외부에서의 편협한 시각으로 김 감독의 성과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어쨌든 김 감독은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다소 급진적이었지만 과감하게 신예들을 투입하며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 그의 결단 덕에 김창동과 이주현, 최엘림, 이민형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짧지만 강렬했던 이들의 경험은 다음 시즌 예상치 못한 수확을 T1에게 가져다 줄 수 있다.
다음해, 한층 더 성장해 돌아올 김 감독과 T1을 기대해본다.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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