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지층만 알아듣고 집결하는 '도그휘슬'
코로나19, 실업률 급등, 인종대결 구도에 먹히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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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미 정가에서 '도그휘슬(Dog whistle)' 전략이 주목받는다. 특정 핵심 지지층들만 알아듣는 구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중ㆍ상류층 표를 결집시키면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경합주에서의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지는 등 오는 11월 미 대선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반등과 관련해 도그휘슬 전략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WP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전염병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고의 실업률, 1968년 마틴 루터킹 목사 암살 이후 최악의 인종대결 구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도그휘슬 전략을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그휘슬의 사전적 의미는 사냥개에 명령을 내리기 위해 부는 '개 호루라기'에서 비롯됐다. 이 호루라기는 초음파를 활용해 사람은 들을 수 없고, 개들에게만 통한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에서 도그휘슬은 핵심 지지층 세력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은유적 상징이나 구호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특히 백인우월주의자나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표심 집결에 많이 이용되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도그휘슬로는 최근 지지율 반등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알려진 '법과 질서'가 있다. 이 구호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68년 대선 캠프에서 사용했다. 당시 마틴 루터킹 목사 암살 사건이 발생해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시위로 인한 폭력사태가 장기화됐을 때, 닉슨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강경한 구호로 백인 중ㆍ상류층의 표심을 장악하며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벌어진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피해 현장을 측근들의 만류를 무릅쓰며 직접 찾아가 "미국의 거리에서 법과 질서를 되찾겠다"고 선언한 이후 지지율이 크게 반등했다. 법과 질서가 도그휘슬로 작용되면서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위험하다고 보는 백인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해 닉슨 대통령처럼 승리하겠다는 다짐의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도 트럼프 대통령이 흑백 인종갈등 국면을 도그휘슬을 통해 교묘히 활용하면서 지지율 상승에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폭력사건과 시위 등을 연구하는 비영리단체인 '무장 충돌 지역 및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ACLED)'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발생한 미국 전역의 인종차별시위 7750건 중 폭력시위는 220건으로 전체의 7% 정도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폭력시위로 규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들에게 '백인의 힘' '침묵하는 다수' 등 도그휘슬을 사용해 백인 가정과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이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이유 중 하나로 도그휘슬 전략을 꼽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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