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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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국내시장법은 영국의 통합성을 보호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총리는 최근 몇 주간 EU가 북아일랜드 협약을 포함하는 EU 탈퇴협정의 조항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EU의 조건에 동의하지 않으면 EU가 북아일랜드 협약에 관한 극단적인 해석을 통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아일랜드해에 교역 국경을 세우려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경우 EU가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식료품 수송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EU의 이같은 자세가 영국뿐만 아니라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 이후 유지해 온 북아일랜드의 평화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재앙으로부터 영국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법적 보호망인 국내시장법을 고안한 이유"라며 "이 법은 입장을 보다 명확하고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집권 보수당 내부의 반발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보수당 내부에서) 괴로운 다툼을 다시 벌여서는 안 된다"면서 "외국이나 국제기구가 우리나라를 분열시킬지 모를 권한을 갖는 걸 막으려면 국내시장법에 대한 전폭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선에 설치된 '하드 보더'에 반대하는 표식/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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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가 내놓은 '국내시장법은' 올 1월 EU와 서명한 브렉시트 합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땅이지만 EU 단일시장에 남기로 한 북아일랜드를 징검다리 삼아 경제적 충격을 줄여보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EU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했으며 영국 내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법안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물품이 영국 나머지 지역으로 들어올 때 통관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고,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탈퇴 협정의 상품이동에 관한 사항들을 영국 각료들이 수정하거나 불복할 수 있고, 정부가 기업에 내주는 국가보조금에 대한 기존 합의사항 또한 뒤집을 권리가 있다.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나도 북아일랜드산 물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을 것이며 EU법에 맞지 않는 기업 보조금 지원도 영국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땅이지만 아일랜드와 맞닿아 검문과 통관 등 ‘국경 문제’가 이슈였다. EU 안에 있을 때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검문소나 장벽 같은 물리적인 분리장치가 없었다. 역사적으로도 두 지역 주민들은 같은 생활권이었고 자유롭게 오갔다.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뒤에도 물리적으로 분리된 ‘하드 보더’를 설치하지 않기로는 합의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의 지위는 탈퇴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다. 영국이 북아일랜드가 관세동맹에 남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올 초 협상이 타결됐다.
탈퇴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는 EU의 관세체계를 따른다. 북아일랜드 물품이 영국 나머지 지역으로 나갈 때는 통관절차를 밟아야 하고 영국 상품이 북아일랜드로 갈 때도 관세가 붙는다.
반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는 계속해서 통관절차를 두지 않기로 했다. 양측은 이런 내용으로 ‘북아일랜드 의정서’를 만들고 그 외 관세와 상품 기준에 대해 협상하던 중이었다. 올 연말까지 별도 합의가 없고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되지 않으면 의정서는 법적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이번 '국내시장법'이 영국 정부 각료들이 일방적으로 수출신고의무나 통관절차를 바꾸거나 없앨 수 있게 한 것이다.
존슨 총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시장의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의정서의 극단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규정으로부터 영국을 보호할 법적 안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국제법을 어기는 게 향후 영국의 외교관계와 위상에 타격을 입힐 거란 우려가 나온다. 존 메이저 전 총리는 “우리가 한 약속을 스스로 존중한다는 평판이 깨져버리면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잃을 것이며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도 북아일랜드와의 관계와 관련된 권한을 중앙정부가 갖도록 법에 명시한 것에 반발한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행정수반은 자치를 훼손시킬 “역겨운 조치”라고 했다. 웨일스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자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주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아일랜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로 귀속되길 바라며 수십 년간 영국을 상대로 싸웠다. 양측은 북아일랜드의 자치를 폭넓게 인정한 1998년의 ‘벨파스트 협정’으로 분쟁을 가까스로 멈췄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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