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가 본격 가동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평택 2라인) 모습. <출처=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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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번호 3510-33-P’
약 130여쪽에 달하는 미국 상무부 문서로 인해 내일(9월 15일)부터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질서에 대격변이 시작된다.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이 최종 확정한 중국 화웨이 제재가 이 문서를 근거로 공식 발효된다.
중국 현지매체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미국의 반도체 시장 분석기관 전망을 종합하면 이번 화웨이 제재는 글로벌 반도체·스마트폰 시장에 역사적 변곡점(inflection point)이 될 전망이다.
일본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 도니 텅은 미국의 화훼이 제재가 스마트폰에 투입되는 수 십개의 해외 반도체 조달에 지장을 초래하면서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은 물론 중국 시장에서도 샤오미, 오포, 비보 등 다른 로컬 경쟁업체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알려진 메이트40은 애플의 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한 핵심 모델"이라며 "(미국 제재로 플래그십 제품 제작 차질에 따라) 9월 15일을 기점으로 중국 시장에서조차 시장점유율을 잃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 수츠윈 연구원은 화웨이가 이날부터 대만의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첨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레서(AP) 칩을 공급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중급 이하의 대체제를 쓸 수밖에 없음을 예상했다.
수츠윈 연구원은 "화웨이가 낮은 등급의 대체 부품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화웨이 제품이 10년 전 수준으로 퇴보해 경쟁력을 크게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화웨이는 최근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임직원들을 최근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유니에스오씨(UNISOC)로 대거 이동시켰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화웨이 직원들이 유니에스오씨에서 화웨이에 쓰이는 AP칩을 설계하고 이를 칭화유니그룹의 시스템반도체 공장에서 제작하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응해 천명한 '쌍순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해외시장의 순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내수 시장에서 더 큰 잠재력을 키워 중국의 자립경제를 강화하자는 게 쌍순환 전략의 골자다.
그러나 수츠윈 연구원의 분석처럼 기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최고 품질과 기술력을 가진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와 비교해 칭화유니그룹이 높은 사양과 안정적인 수율의 화웨이 AP칩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기술력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일부 기술력에서는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까지 나와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반도체 업계 세미나에서 한·중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정통한 인사는 "하이실리콘, 칭화유니그룹의 유니에스오씨는 물론 다른 중국 업체들이 퀄컴과 협력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반도체 굴기'전략에 따라 막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서 중국 내에서만 1800개 이상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생성,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내 매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화웨이 수주물량을 잃게 되면서 발생하게 될 피해를 집중 보도하는 반면, 글로벌 반도체 분석기관들은 오히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기회 여부를 비중 있게 조망하고 있다.
미국발 화웨이 제재가 결과적으로 중국에 "우리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초고속으로 발전시킬 기회로 삼자"는 혁신의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위로는 글로벌 1등 기업인 대만 TSMC과 기술력 격차를 좁히면서 밑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TSMC는 미·중 간 산업 패권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미국 애리조나주에 초미세공정인 5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AP칩 개발업체인 미디어텍이 9월 15일 제재 발효 후에도 화웨이와 물량 거래를 위해 미 상무부에 임시 면허 발급을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미 상무부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기업의 요청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매일경제신문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 사이트에서 확인한 검토 보고서를 보면 상무부는 지난 8월 화웨이 제재 조치를 최종 결정하기 전 업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상무부는 화웨이와 공급계약을 맺은 글로벌 기업들이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전면규제 반대 및 우려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업계가 상무부가 전달한 반대·염려 의견의 취지는 "화웨이와 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 대한 전면적 라이센스 무효화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미국의 안보와 외교정책의 '이익(interest)’에 반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업계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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