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머리카락 커튼’ 이어 ‘롱패딩 온몸 감싸기’ 신공… 을왕리 음주운전자 ‘완벽히 가렸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을왕리 치킨배달 50대 가장 숨지게 한 30대 여성 A씨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 /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 사고 차량 조수석에 앉아있던 40대 남성과는 전날 처음 만난 사이

세계일보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역주행으로 치킨 배달 중이던 50대 가장을 치여 숨지게 한 벤츠 운전자 A(33·여·사진 가운데)씨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롱패딩으로 온몸을 꽁꽁 싸맨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받는 A씨는 14일 오후 1시30분쯤 인천 중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경찰차에 타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인천지법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아직 추운 겨울도 아닌데 그는 검은색 롱패딩 점퍼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은 물론 몸 전체를 가렸다. 수갑이 채워진 손목엔 담요가 덮여 있었다. 앞서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완벽하게 가려 ‘머리카락 커튼’이란 말을 탄생시킨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씨를 연상케도 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경찰서 앞에서 “왜 음주운전을 했느냐”, “사고 직후 구호 조치는 왜 하지 않았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은 없나” 등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세계일보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 A씨가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중구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진행됐다.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 9일 오전 0시55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동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몰던 B(54·남)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가 몰던 차량은 사고 당시 중앙선을 침범했으며 반대편에서 운행 중이던 B씨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을 넘는 0.1% 이상이었다.

경찰은 사고 직후 A씨를 조사했지만 A씨가 호흡 곤란과 두통, 어지럼증을 계속 호소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지병이 있다고 호소해 이틀간 2차례나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병 때문에 과거에도 치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

경찰은 A씨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이어, A씨와 벤츠 승용차에 함께 타고 있던 C(47·남)씨도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벤츠 차량은 C씨의 회사 법인 명의 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A씨와 C씨는 사고 전날 처음 만난 사이로, 사고가 나기 전 다른 2명과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음주운전 사고는 아버지(피해자)를 잃은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14일 오후 3시50분 기준 이 청원에는 56만여명이 동의했다.

B씨의 딸 D씨는‘9월9일01시경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지난 10일 올렸다.

이 청원글에서 D씨는 “인터넷에서 목격담을 확인하니 중앙선에 아버지가 쓰러져 있는데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119보다 먼저 변호사를 찾았다고 한다”며 “7남매 중 막내인 아버지가 죽었고, 제 가족은 한 순간에 파탄 났다”고 토로했다.

세계일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원인은 이어 “(아버지는) 그날따라 저녁부터 주문이 많아서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고 하고 가셨다. 배달을 간 지 오래됐는데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으러 어머니가 가게 문을 닫고 나섰다”면서 “그 순간 119가 지나갔고, 가게 2㎞ 근방에서 오토바이가 덩그러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벤츠 차량을 몰았던 A씨를 ‘살인 혐의’로,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C씨를 ‘살인의 종범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이날 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