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홍콩 경유 재수출도 희박
비축 재고 최대 6개월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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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동우 기자] 중국 최대 통신장비·스마트폰 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15일부터 발효되면서 전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날부터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화웨이를 대체할 새로운 거래선을 찾는 한편 미국 상무부에 수출 특별허가를 요청하는 등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화웨이 압박 강도 높이는 美…대만·홍콩 경유 재수출도 희박
지난달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 제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화웨이에 반도체 부품을 공급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즉시 추가 물량 생산을 중단했다. 미국 상무부가 미국 장비를 쓴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도록 하면서 판매를 위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화웨이에 대한 수출길이 막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 상무부에 판매 승인을 요청했지만 승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최소 1년 이상 제재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수출 금지 조치가 1년간 유지될 경우 연간 국내 10조원 가량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량은 112조원으로 전체 규모에 비해 비중은 작지만 단기적인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고정거래 시장은 사실상 막혔다고 판단, 일부 현물 시장을 통한 거래 가능성은 열어뒀다. 다만 이마저도 대부분 PC 제품 위주로 사실상 반도체 거래는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및 홍콩 등으로 우회해 재수출하는 방안도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일한 통로로 거론되는 대만 및 홍콩 등을 통한 재수출 방법은 업체가 홍콩을 통해 중국에 수출하고 이를 화웨이가 현지 업자를 통해 사들이는 구조"라면서 "현지 업자들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는 분위기라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웨이 고사 위기 얼마나 버틸까…최대 6개월 변곡점
부품 조달에 실패할 경우 화웨이는 내년부터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내수중심 경제를 펼쳐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고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화웨이가 비축한 재고를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제재를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내년부터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의 존폐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을 지난해 2억4000만대에서 올해 1억9000만대, 내년 1억대를 하회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확보가 장기간 어려울 경우 이동통신 기지국, 서버, 네트워크 등 핵심 사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웨이는 전날까지 최대한 축적한 재고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세계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업계 선두 자리에서 추락할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화웨이는 올해 15.1%로 예상되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내년 4.3% 수준으로 급락할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최우선 사항인 반도체 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최단 시간에 시장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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