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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포장재 쓰레기 쌓이는데…‘썩는 플라스틱’ 기술 왜 썩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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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폐플라스틱 16% 늘어

재활용 역부족, 생분해 필요성

국내 인증등급 적고 절차 복잡

연구 기업들, 시장 확대 어려움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등 일회용 용기의 배출이 급증했다.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재활용센터에 폐기물이 쌓여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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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비닐·스티로폼으로 인한 ‘백색 오염’이 현실화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만으로 한계가 있어 현실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려면 ‘썩는 플라스틱’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에서 음식 서비스(배달음식) 거래액은 올해 1~7월 누적 8조65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6%나 급증했다. 배달음식 이용에 비례해 포장 용기인 플라스틱과 비닐 등 생활폐기물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이 하루 평균 약 850t 나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1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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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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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턱없이 낮은 게 현실이다.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0% 정도인데 플라스틱 생산속도는 이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재활용만으로는 결코 쓰레기를 줄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세계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바이오 플라스틱에 속하는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흙이나 바닷물에서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썩지는 않지만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자연소재로 만든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일례로 스타벅스에서 바나나 포장재로 사용하는 얇은 비닐이 폴리락틱산(PLA)라고 불리는 미국산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는 3~4개월이면 땅에서 분해되는 농업용 비닐을 만들었는데 전남·강원·충북·경기 등 농가에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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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도 등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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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 플라스틱은 분해 조건과 쓰임새에 따라 ▶산업용 ▶가정용(뒤뜰매립) ▶토양용(밭이나 산림) ▶해양용으로 구분된다. 산업용은 특정 온도 등을 갖춘 별도의 퇴비화 설비가 필요하지만, 가정용부터는 별도의 설비가 없어도 6~24개월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은 땅은 물론 바닷물에서도 6개월이면 90% 이상 분해되는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2018년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에서 2023년 61억 달러(약 7조1000억원)로 연평균 15.1% 고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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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 플라스틱 인증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 추세에 맞춰 LG화학과 SKC·SK종합화학·CJ제일제당·대상 등 다수의 기업이 생분해 플라스틱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부는 제품을 내놨지만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환경부의 정책이 재활용에 맞춰져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등급이 산업용 생분해(EL724) 한 가지뿐이기 때문이다. 산업용은 58도의 온도와 퇴비·미생물 등 특정 조건을 갖춘 설비에서 분해되는 등급이다. 논밭이나 바다 등 자연조건에서 생분해되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들려 해도 마땅한 등급이 없는 셈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담당하는 인증절차도 복잡하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공장 부지가 없으면 인증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다. 익명을 원한 바이오사업 관계자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선 다수의 민간 기관이 인증을 담당하고, 샘플만 보내 성분 함량을 기준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은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3~4배 이상 많고, 기간도 해외(약 6~9개월)보다 9~18개월로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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