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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백신 상온 노출 문제되는 까닭은…부작용보단 물백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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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들 "전량 폐기해야"…추가 생산·수입 어려워 난감

박능후 "과도한 걱정"…식약처, 부작용 및 전체 품질 확인

뉴스1

2020.9.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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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음상준 기자,김태환 기자 = 유통 과정 중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일부가 상온 노출로 인해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 가운데, 향후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백신의 부작용 위험보다는 효과가 없는 '물백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국은 아직 크게 우려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면서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독감 백신의 상온 노출로 가장 크게 영향받는 것은 백신의 단백질 변성이다.

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이용해 후천적인 면역을 부여하는 의약품이다. 병원체와 유사하면서도 독성이 없는 항원을 인체에 주입해 실제 병원체가 들어왔을 때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를 더 빨리 생성할 수 있도록 면역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항원이 제대로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선 여러가지 부가적 단백질이 들어가는데, 상온에 노출될 경우 항원과 단백질 모두 변성될 가능성이 크다.

백신의 품질 및 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독감 백신 접종 중단 관련 질의응답을 통해 "백신이 상온에 노출됐을 경우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단백질 함량"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면 백신 자체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독감 백신 상온 노출로) 부작용이 보고된바는 없다"면서도 "어느 정도 노출됐는지 시간에 따라 백신 유효성이 떨어질 수가 있다. 그러면 우리가 백신을 맞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개원의들 "전량 폐기해야"…추가 생산·수입 어려워 난감

당국은 일단 상온에 노출된 백신을 전부 수거해 안정성과 효능을 평가한 후, 문제가 없으면 접종을 순차적으로 재개한다는 방침지만, 이를 둘러싼 반발의 목소리도 크다.

당장 백신을 현장에서 접종해야하는 개원의들은 상온에 노출된 백신 전량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개원의사 단체인 대한개원의협의회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어떤 판단 기준과 검사가 이뤄질지 모르며, 큰 부작용이 없다고 해도 백신 효과까지 제대로 보장할지 의문"이라고 문제제기 했다.

문제는 독감백신의 추가 생산 혹은 수입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 전국민 무료 접종을 논의할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은 17일 "물리적으로 (백신을) 제조하고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려 추가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독감 백신을 추가로 생성하려면 6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독감 백신은 연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유행 예상 바이러스를 발표하면 이를 근거로 생산에 돌입하기 때문에 추가 수입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의 트윈데믹(동시유행)의 우려가 커 어느때보다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수용할 백신 공급량이 떨어지면 국민적 불안감은 더울 커질 수 있다.

◇박능후 "과도한 걱정"…식약처, 부작용 및 전체 품질 확인

다만 당국은 아직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독감 백신 상온 노출과 관련 "국민께 걱정을 끼친 데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실태를 조금 파악해 보면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냉동차를 벗어나 운송된 시간은 1시간, 현실적으로는 10분 내외"라며 예상만큼의 품질 저하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복지부에 따르면 WHO의 허가된 백신 안전성 시험 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사백신은 섭씨 25도에서 2∼4주, 37도에서 24시간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유통을 담당했던 신성약품 측에서도 상온 노출 문제가 있었던 백신은 22일 공급됐어야 했던 500만 도스(복용량) 수도권 물량을 제외한 250만 도스 정도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와 관련 350만 도스 정도를 검사할 예정이며, 단순 단백질 함량 외에도 안전성(부작용 포함)과 전체적인 품질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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