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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소상공인 2차 대출, 반려 속출… “자영업자 두번 죽여” 국민청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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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지난 23일부터 종전보다 한도가 확대되고 중복 신청이 가능한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대출’ 신청을 받기 시작한 가운데 첫날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책대출인 만큼 8등급의 저신용자까지도 대출이 가능할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은행 내부 심사 기준에 맞지 않다"며 접수가 반려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비대면 신청이 몰리면서 일부 은행에선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1·2차 중복대출을 받으려던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보증 승인까지 받았지만 은행 내부 심사 기준(내부 등급 자격)에 맞지 않아 접수를 할 수 없다"고 안내 받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2차 대출은 정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대출금의 95%를 보증하는 구조로 설계된 만큼 8등급 정도의 저신용자까지도 대출이 취급될 거란 기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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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2차 대출 한도 상향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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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상과 달리 현장에선 CB(신용평가)사 기준 5~6등급의 중신용자인데도 반려되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한다. 한 소상공인은 "어떻게 평가되는지도 모르는 은행 내부등급이 미달돼 대출이 안된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혹시나 내부등급에 맞는 은행이 있을지도 몰라 하루종일 직접 발품을 팔기도 했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접수 첫날 ‘벼랑 끝 설곳 없는 자영업자를 두번 죽인 코로나 2차 대출’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오늘이 오길 하루하루 기다렸지만, 은행 내부심사로 접수조차 되질 않았다. 숨이 턱 막히더라"며 "결국 가게 문도 닫고 또 다른 은행을 방문했지만, 등급을 떠나 은행 내부 심사에 적합하지 않다며 아예 상담 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소외 받는 소상공인들이 없길 바란다며 보증 95%까지 내주었는데 은행 내부 심사에 못 미쳐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는 현실에 너무 서럽고 좌절감에 차 안에 앉아 목놓아 울었다"라고 했다. 이 청원글은 올라온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이날 2시 현재 900명 가까운 동의를 받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차 프로그램 3000만원 이상 대출자, 법인, 6개월 미만 영업장, 보증제한 업종 영위기업, 휴폐업 기업, 대출 연체 중인 자, 국세·지방세 체납자, 권리침해(가압류·압류·경매신청 등)가 있는 주택·사업장을 보유한 자, 보증기관의 보증사고 이력 보유자 등 결격사유자가 아니라면 보증 비율이 높아 거의 대출이 나올 걸로 안다"면서도 "다만 100% 보증서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 신용평가가 들어갈 수는 있다"고 했다. 신보 관계자는 "설사 보증을 100% 한다고 해도 은행이 무조건 대출을 내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은행도 내부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걸러내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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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벼랑 끝 설곳 없는 자영업자를 두번 죽인 코로나 2차 대출’이란 제목의 청원글. 지난 23일 쓰여진 이 글은 사전동의 100명 이상 요건을 충족해 이튿날인 24일 게시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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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부 은행에선 비대면 신청이 몰리면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기업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날 오전 9시부터 2차 대출 신청을 진행했지만, 2단계인 ‘서류제출 신청’ 단계에서 멈춰서 ‘서류제출 완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현상이 밤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소상공인은 "신청이 된 건지, 안된 건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차 때 기업은행이 소상공인 대출을 많이 취급했다 보니 2차 중복대출 때도 같은 은행을 이용하려는 분들의 수요가 일시에 모인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일시적인 시스템 오류로, 신청한 순서대로 스크래핑(사업자등록증, 부가세과세표준증명, 국세·지방세 납세증명서 등의 필수 서류를 은행이 자동으로 긁어오는 일)을 진행해 접수를 차곡차곡 받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실시한 10조 규모의 2차 지원 대출 실행률이 6%에 불과하는 등 인기가 저조하자, 대출 한도와 대상을 늘린 ‘2차 대출 2.0 버전’을 내놨다. 가장 크게 바뀐 점은 한도가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2차 소상공인 대출을 이용해 이미 1000만원을 받은 차주라도 1000만원을 더 신청할 수 있고, 1차 소상공인 대출을 받은 차주에게 2차 대출 프로그램을 중복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1차 대출을 3000만원 이내에서 이용한 소상공인만 2차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금리는 1차 대출 프로그램(1.5%)에 비해서는 다소 높지만, 당초 2차 대출 출시 시점보다는 낮아진 2~4%대로 나타났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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