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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바다에 붙잡힌 선원이주노동자···“최저임금조차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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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590원입니다. 한국인 노동자든 이주 노동자든 모두 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고 대부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선원 노동자입니다. ‘선원법을 적용받는 선원과 선원을 사용하는 선박의 소유자’는 최저임금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선원 최저임금, 어떻게 결정되나

선원법이 적용되는 20t 이상 어선 등에서 일하는 선원의 최저임금은 육상과는 다르게 결정됩니다. 육상의 경우 노·사·공익 대표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로 최저임금이 결정됩니다. 선원의 최저임금은 선원법 59조에 따라 해양수산부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해수부 장관의 고시로 결정됩니다. 선원의 최저임금은 ‘해상의 열악한 작업여건 등을 고려’해 매년 육상 노동자의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됐습니다. 올해의 경우 육상의 최저임금은 월 환산액으로 179만원(주 40시간 기준)인 데 반해 선원의 최저임금은 222만원가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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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주선원으로 일했던 중국인 ㄱ씨(47)가 지난 1월12일 부산 자갈치시장 어귀에 정박한 고기잡이배를 바라보고 있다. 2009년 선원비자를 받고 한국에서 처음 탔던 배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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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차별받는 선원 이주 노동자

올해 한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월 222만원가량인 데 반해 선원 이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월 172만원가량(한국인 선원의 77.8%)입니다. 육상에선 한국인 노동자든 이주 노동자든 똑같은 최저임금을 받는데 왜 선원은 다른 걸까요.

해수부 장관은 매년 선원 이주 노동자 최저임금과 관련해 ‘적용의 특례’ 조항을 둬 “외국인 선원의 경우 해당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단체 간에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음”이라고 고시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선원노동단체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과 선박소유자단체인 ‘수협중앙회’의 단체협약을 통해 선원 이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별도로 정해져왔습니다.

■ “국적에 따른 차별 처우는 위법”

한국 어업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단체들로 구성된 ‘선원이주노동자 네트워크’(네트워크)는 국내외 선원의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선원법에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그 어디에도 ‘위임’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 (한국인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이주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한 것은) 법령의 위임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명백한 선원법 위반”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어 “근로기준법 6조는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선원법에서도 이 6조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기에 국적에 따른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며 “그럼에도 선원 이주 노동자에게 차별적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계속 이어지는 선원법 위반”이라고 짚었습니다.

선원 이주 노동자의 경우 “한국인 선원과는 달리 선박소유자가 제공하는 숙식을 제공받아 생활하고 임금은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등 국내에 생활의 근거를 가지기보다는 자국에 생활의 근거를 가진다”는 이유를 들며 최저임금 차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네트워크는 “이 주장대로라면 기숙사를 제공받고 있는 육상의 이주 노동자에게도 차별적인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며 “결국 이 주장은 20t 이상 연근해어업 선원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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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상 최저임금과 맞춘다지만…

20t 이상 연근해어선에서 일하는 선원 이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차별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선원노련과 수협중앙회는 선원 이주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2019년 육상 노동자의 93.5%, 2020년 96%, 2021년 100% 수준으로 정하자고 2018년에 합의했습니다. 현재 이 합의에 의해 선원 이주 노동자 최저임금이 적용 중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꼼수”라는 것이 네트워크의 입장입니다. 네트워크는 “월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고려 없이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된 육상 노동자 최저임금을 선원 이주 노동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한 조치”라고 말합니다.

■ 8년이 지났지만…

2012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해수부에 “최저임금을 내국인 선원과 달리 노사합의로 정하도록 한 현행 고시를 개정하여 임금차별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2013년 4월 “연근해어선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국내선원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회신했습니다.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차별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24일 선원 이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이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해수부에 발송했습니다. 편지의 제목은 ‘바다에 붙잡힌 선원 이주 노동자 이야기 첫번째’입니다. 네트워크는 앞으로도 선원 이주 노동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드러내는 편지를 매달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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