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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단독] 한전 일방통행에 5개 자회사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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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 시행 이후 작년까지 대규모 적자를 냈던 한국전력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면서 , 마찬가지로 적자에 허덕이는 5개 발전 자회사에 거액 출연금을 분담하게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들 자회사의 일부 이사들이 출연금 분담을 의결하는 이사회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낸 사실이 확인됐다. 한전은 한전공대가 자회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설립자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지만, 정작 자회사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라는 점이 이사들 발언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24일 매일경제가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5개 발전 자회사 이사회 속기록에 따르면 자회사들은 지난 6월 말 각각 이사회를 열고 1차 출연금(각사 30억원) 분담을 결정했다. 대통령 공약이자 최우선 국정과제인 한전공대 설립을 공기업 입장에서 반대하기 힘든 만큼 5곳 모두 다수결로 출연금 분담안이 가결 처리됐다.

그러나 일부 이사들은 탈원전 정책으로 회사가 대규모 적자를 냈고, 앞으로 경영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 거액 출연금을 분담하는 데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국남부발전의 한 이사는 이사회에서 "회사에 이익이 된다는 계량화된 수치 없이 단순히 R&D를 하면 회사가 발전한다, 인력 개발을 하면 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이런 것만 갖고 어떻게 수백억·수천억을 투자하냐"며 "개인사업자라면 절대 그렇게(한전공대 출연) 못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중부발전의 한 이사 역시 "기업 앞에 '공'자가 붙는 것이지, '공' 뒤에 기업이 붙는 게 아니지 않냐"며 정부와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출연을 사실상 강요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남동발전의 한 이사는 "융복합 시대에 특성화라는 설립 취지에 공감이 안 된다"며 "올해와 내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거액 출연을 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한 회사 이사회는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자인한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회사 이사는 "한전공대 출연은 한전과 정부가 결정해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부를 결정하는 건 이상하다"며 "이미 앞선 사장단 회의에서 가결됐다. 사장단 회의에서 통과된 것을 이사회가 깊이 있는 찬반 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결정된 일이니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자는 취지의 발언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공약이라고 경영환경을 무시한 채 한전공대 설립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한전과 자회사 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이들 회사 부담이 커지면 결국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는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는 2031년까지 모두 1조6000억원에 달한다. 개교할 때까지 비용은 한전과 발전 자회사가 부담한다. 한전은 작년 12월 6대 발전 자회사(5대 발전 자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별로 1차 30억원, 2차 146억원, 3차 64억원 등 총 24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발전 자회사 실적이 엉망인 가운데 향후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자회사 이사들은 1차 출연금 30억원은 어떻게든 부담하겠지만 2차·3차 출연금은 회사 입장에서 더 큰 짐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국남동발전의 한 이사는 "회사가 앞으로 3년 간 비상경영 상황에서 설립 이후 운영비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텐데 경제논리도 생각해야 한다"며 "전년도 적자가 나면 지원을 안 한다든지, 조건부로 한다든지 한전에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대다수 이사회에서는 탈원전으로 나날이 커져 하는 손실을 막기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속기록에 남기기도 했다.

[고재만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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