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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단독] 올해 리니지보다 많이 번 게임 배틀그라운드 "돌격! 코스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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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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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게임 유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틀그라운드' 제작사가 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네오위즈 성장 신화를 일군 장병규의 또 다른 작품 '크래프톤(옛 블루홀)'이 그 주인공이다. 예상 기업 가치만 최소 30조원으로 점쳐지고 있어 내년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입찰 참여를 원하는 증권사는 다음달 12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크래프톤은 내년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2007년 장병규 의장과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설립됐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게임 시장에서 전설 같은 인물로 꼽힌다. 장 의장은 네오위즈 창업 신화를 일궜으며, 박 대표는 온라인 게임 효시인 '리니지'를 개발한 주역이다. 특히 장 의장은 대한민국 1세대 벤처창업가로 꼽힌다. 네오위즈뿐 아니라 검색 엔진업체 '첫눈', 벤처캐피털 '본엔젤스파트너스'도 설립했다. 크래프톤이 창립 초기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첫 작품으로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테라'를 내놨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는 회사에 전환점을 마련해줬다. 2015년 게임 개발사 펍지(옛 지노게임즈)를 인수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펍지가 만든 배틀그라운드가 공전의 히트를 거둔 덕에 크래프톤은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배틀그라운드는 외딴 섬에서 최대 100명의 플레이어가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전투를 펼치는 게임이다. 2017년 3월 세계 최대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출시됐으며 13주 만에 1억달러 매출을 거뒀다.

크래프톤 측 상장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게임과 관련된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하고 재무적투자자의 자금 회수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장 의장 임기가 끝나면 크래프톤이 상장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IB 역시 크래프톤의 입찰제안요청서를 받기만을 기다렸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상반기 크래프톤의 매출액은 8872억원, 영업이익은 5137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4%, 395% 급증한 수치다. 이 회사 영업이익 규모는 증시에 이미 상장된 대표 게임주인 엔씨소프트(4504억원)와 넷마블(1021억원)을 뛰어넘었다. 이미 크래프톤은 연초 이후 석 달 동안 전년도 연간 순이익(2789억원)보다 많은 순익(2940억원)을 벌어들인 바 있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의 예상 기업 가치를 최소 30조원으로 점치고 있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요 게임 회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5배 안팎이다. 크래프톤 1분기 순이익을 연간으로 단순 환산(약 1조1759억원)만 해도 30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에서 게임 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가치 산정 과정에서 이런 잠재력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올해 예상 실적만 반영해도 최소 30조~35조원 기업 가치 책정이 가능하다"며 "입찰 경쟁이 뜨거워지면 40조원 이상 가격을 써내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상장은 재무적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금 회수 기회이기도 하다. 초기 단계에 투자한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본엔젤스파트너스뿐 아니라 알토스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등 내로라하는 투자사들이 지분을 들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 업체인 중국 텐센트(Tencent) 역시 2018년 크래프톤 지분 10%를 5700억원에 사들이며 2대 주주로 올랐다. 올 상반기 기준 최대 주주는 지분 17.4%를 보유한 장 의장이다. 그의 특수관계인까지 고려한 총 지분율은 41% 정도다. 크래프톤이 상장 후 30조원 수준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면 장 의장의 지분 가치는 5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공모 규모만 최대 10조원이 점쳐지는 역대급 공모 딜"이라며 "카카오뱅크와 더불어 내년 IPO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을 기업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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